오갈 데 없는 장애인, 치매 노인, 뇌졸중.뇌성마비 환자, 자폐.정박아들… 등줄기에 땀이 흘러도 그나마 훔쳐내기 버거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의성 '안사공동체' 마을에서는 그러나 지난 25일 오후 웃음소리가 자자했다.
소리를 따라 문을 열었더니 눈에 들어온 것은 물 바가지를 덮어 쓰고 간만에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치매 노인들. 옆에는 정성스레 비누칠 해 주느라 물과 땀에 뒤범벅된 여학생들의 쉴 줄 모르는 손놀림이 있었다.
이들 안계여고 2.3년생들이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작년 초. 해를 넘기고도 반년을 더 지내는 동안, 학기 중엔 매주 토요일 한 번, 방학 때는 수.토요일 두번씩 꼭 찾는다고 했다.
"아들이고 손자고 다 죽었어. 갈 데 없으니 여기 왔지. 친손자보다 이 학생들이 더 좋아. 요즘 세상에 제 부모 발 한번이나 씻겨 주는 자식 있어?" 이갑순(72) 할머니가 자식 얘기는 그만하라며 손을 내저었다. 치매 때문에 나이조차 잊었다는 한 할머니는 말끝을 흐렸다. "자식이 있으면 뭐하노…". 나이는 잊었어도 가슴 한켠에 자식 애증은 남은 것일까?
"봉사 마치고 돌아갈 때면 할머니들이 손을 잡고 놔주질 않습니다. 그 땐 저도 막 눈물이 납니다". 할머니 머리를 빗겨 말리던 장윤미(2년)양이 말했다. "부모님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힘든 것보다 배우는게 더 많습니다". 이지숙(3년)양은 더 어른스레 거들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 공동체 홍영식 목사의 입가에 흐뭇한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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