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언론사 세무조사 보도 정체성 없다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방송의 보도가 냉철한 비판기준을 설정하지 못한 채 여야의 공방을 피상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침으로써 이전투구의 양상을 확대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희락 동아방송대 방송보도과 교수는 월간 '신문과 방송' 8월호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지상파 방송3사의 세무조사 관련보도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이제는 방송도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냄으로써 수용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개혁의 기본구도는 보수 및 수구세력과 개혁추구세력간의 갈등인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방만을 여과없이 인용함으로써 언론개혁이나 세무조사의 정당성과 관련된 본질적 문제는 사라지고 이전투구의 전장구도가 확대됐다"고 비판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방송사는 국민들이 정치권의 소모적인 논쟁에 식상한 것처럼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면서도 '앵무새 저널리즘' 속성에 따라 여야에 전쟁터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얻은 선정성을 밑천으로 시청자를 모으는 데 전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교수가 가장 먼저 방송3사의 보도의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은 지나친 폭로저널리즘 성향. 국세청이 언론사 및 사주를 검찰에 고발한 6월 29일 SBS는 10분53초, MBC는 8분 18초, KBS는 7분 31초를 할애해 사주의 탈세수법과 규모를 지나치게 상세히 보도하며 혐의사실을 단정적으로 표현하거나 기정사실화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SBS와 KBS가 갈등적 주장에 대해 가치 있는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이나 설명 없이 갈등의 주체들이 내뱉는 폭로나 비난을 단순인용하는 방식으로 공정성을 포장한 데 비해 MBC는 국민여론이 비판의 기준임을 명확히하고 제도적 해결방안까지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MBC 역시 여야간의 첨예한 대립에 대해서는 가치를 부여하는 해석이나 설명을 유보했다고 덧붙였다.

김신동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신문과 방송' 같은 호의 기고문에서 세무조사와 관련된 신문보도를 분석한 뒤 "신문들이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밝혀 독자에게 분명한 입장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가 한국언론재단의 기사검색 사이트(KINDS)를 통해 6월 20일∼7월 6일 10개 중앙종합일간지의 세무조사 관련기사를 조사한 결과 한겨레 171건, 조선 169건, 동아 161건, 중앙 155건 등으로 한겨레와 이른바 '빅3'가 가장 많은 기사를 실었다.

나머지 신문사의 게재빈도는 대한매일 129건, 한국 122건, 세계 120건, 경향 116건, 문화 109건, 국민 108건 등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는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조선.중앙.동아가 '언론탄압'이라는 논지를 중심으로 보도한 반면 한겨레.대한매일.경향 등은 대체로 '언론개혁'의 방향에서 논리를 전개했으며, 나머지 신문들은 그 중간선상에 위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언론사 세무조사는 신문들이 평소 걸치고 있던 중립 성향의 밋밋한 색깔의 옷이 아니라 알록달록한 속옷을 내비치도록 하고 있다"면서 "어느 때보다 신문 읽기가 재미있어지고 때로는 격분하고 때로는 감동을 받는다"고 밝혔다.'국론 분열'이라며 우려하는 견해에 대해서도 "우리 언론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징표"라고 반박한 뒤 "중도를 가장한 우익이나 중산층을 놓치지 않으려는 애매한 진보 등으로 분칠하기보다는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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