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경주.포항.김천 등 해수욕장.계곡에는 피서객들이 넘치고 있다.그러나 음료수.컵라면 등에서부터 택시.숙박료에 이르기까지 적정가의 몇 곱절을 받거나 이상한 명목을 달아 각종 요금을 징수하고 있는 '바가지 상혼'이 올해도 되풀이 되고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엔 손님을 스스로 내쫓아 그 지역이 사양화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사안이지만 모두들 이를 잊고 있다.
◇현장 풍경들=울진의 한 기업체에 근무하며 독신자 아파트에 사는 김모(42) 과장은 최근 친지들이 휴가기간 중 묵을 방을 구하려 덕구 온천장의 여관들을 찾았다가 아연실색 해야했다.
좁은 여관방 한 칸에 6만원을 준다고 해도 예약을 기피했던 것. 예약 않고 있다가 곧바로 찾아 오는 손님을 들이면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6만원으로는 허름한 민박집밖에 구할 수 없었다. 그것도 오후 내내 다리 품을 판 뒤에야 가능했다.
지난 29일 오후 울진 ㄱ해수욕장에서는 설악산으로 가던 중 도로변의 이 해수욕장에 잠시 들러고 싶었다는 한 피서객이 10분 넘게 승강이를 벌이고 있었다. 입구에서 쓰레기 수수료 명목으로 '관리인'이 어른 1인당 1천원의 입장료를 요구했기 때문. 그는 결국 차를 돌려 가 버렸다.
비슷한 시간대의 또 다른 ㄱ해수욕장에서는 한 고교생이 상가에서 캔 콜라를 시중가보다 2배 가량이나 비싸게 1천원이나 달라고 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왜 이런 일이 일어 날까?=현장 사람들은 "공급이 달리니 그럴 수밖에 더 있느냐?"고 되묻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자신들도 그 못잖은 '비용'을 지출한다고 했다. 40여일 간의 해수욕장 개장기간 동안 상가 자릿세를 150만~350만원이나 내야 한다는 것. 게다가 시설물 설비에 또 많은 자본이 든다고 했다.
여기에 개장.폐장일 전후 일주일 동안은 손님이 별로 없고 비라도 내리면 공치는 날이 많아 실제 장사하는 날은 보름 정도에 불과, 이익을 남기려면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3년째 상가를 운영 중인 박모(34)씨는 "피서객이 계속 줄고 대부분은 먹을 것을 준비해 오기 때문에 장사가 더 안된다"며, "악순환 된다는 것은 알지만 판매 부진 몫을 찾는 사람에게 부담 지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까?=동국대 행정학과 박병식 교수는 "바가지 요금은 결국 관광객 감소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환기했다. 우선은 바가지가 득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 사양화를 부른다는 것.
그래서 상인.군청 등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고, 관광명소 홍보나 개발보다 친절 문화와 공정한 물가 관리가 더 효과적임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또 관광지 수를 줄이는 것과 군이 직영하는 것도 한 방법.
울진 후포의 정병희(34)씨는 "관광 선진국들처럼 군청이 직접 관광지를 관리.운영하면 바가지 요금이 근절되고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장기적 발전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포항 월포해수욕장의 새로운 시도=이런 가운데 월포해수욕장은 작년까지 소형 2천원, 중형 3천원 하던 주차료를 올해는 없애고 주차관리 요원까지 배치하는 등 '피서객 모시기'에 나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번영회 측의 이같은 결정은 종전 경험으로 봐 바가지 주차요금 시비 등으로 해수욕장 이미지만 크게 실추됐기 때문.
또 올해는 그늘막 설치를 무료 허용하는 반면 해변문고도 운영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했다. 그 결과 지난 주말까지 이곳을 찾은 여름 피서객은 작년 2만8천여명에서 5만9천300명으로 급증했다는 것. 서병철 회장은 "친절과 서비스만이 장기적인 지역 살리기 방법임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포항.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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