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교과서 파동, 민간교류 위축

지난 88년부터 일본 자매 로타리클럽과 매년 청소년 홈 스테이행사를 번갈아 열어온 대구 ㅇ로타리클럽은 오는 가을 교류행사를 두고 속앓이 하고 있다. 일정이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일본역사교과서 파동 분위기에 밀려 개최 자체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 단체 관계자는 "10년이 넘게 해온 행사를 일방적으로 그만둘 수도 없어 고민이지만 행사를 강행하는 것이 더 부담"이라며 답답해했다. 지난 27일에는 일본대표단 14명이 이례적으로 대구를 찾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찾지못했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파문속에 한.일 민간교류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민간단체들마다 올 하반기에 예정한 교류행사의 개최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가 하면 여행사는 연중 최대 성수기임에도 일본 관광상품 문의가 거의 전무한 상태다.

대구시내 여행업계에 따르면 일본 관광은 역사교과서 문제가 본격화한 지난 5월 이후 끊기다시피했다. 특히 여름방학 마다 어학연수, 관광 등으로 매년 대구에서 300명 정도가 일본으로 출국했으나 올해는 여행사마다 관광객이 10명에도 못 미칠 정도라는 것.

대구 ㅌ여행사 관계자는 "교과서마저 왜곡하는 일본에서는 배울 게 없어 여행지를 바꿨다는 시민들이 많다"며 "일본 관광상품을 아예 다루지않는 여행사도 등장하는 등 업계에 '교과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001 대구 아시아태평양대회(ASPAC)'를 개최했던 국제청년회의소측도 난감한 표정이다. 교과서 파문속에서도, 단일국가로는 가장 많은 3천명의 일본회원이 대회에 참석했지만 하반기에 추진할 예정이었던 양국간 5, 6개 교류행사의 개최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 단체 관계자는 "순수 민간차원에서 열리는 교류행사지만 범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입장을 정리하기가 난처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간교류 단절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양국간 이해를 돕기위해 다져온 민간차원의 교류에 금이 갈 것을 걱정하고 1년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공동 개최가 차질을 빚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다.

최근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 왜곡교과서 불채택운동을 벌였던 '일본 역사교과서 불채택.재검정을 요구하는 대구운동본부' 최현복 집행위원장은 "교과서문제와 민간교류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오히려 민간단체들이 교류를 활성화, 이해 폭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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