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채화 같은 산사의 일상

깊은 산속 절집의 스님들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산사(山寺)에 숨겨져 있는 스님네들의 사는 모습을 엿보고 있노라면 여름 한증막 더위도 잠시나마 저만치 물러앉을 듯. 현진 스님이 쓴 '삭발하는 날'(도서출판 호미)은 산사의 일상을 수채화처럼 맑고 잔잔하게 묘사한 수상집이다.

막 출가해 중물 들이던 해인사 학인시절과 송광사에서 직접 밭일을 하면서 지내던 율원시절 이야기, 선방에서 초참 수좌로서 정진하던 이야기들은 막연하게 짐작만 하던 스님들의 일상과 수행생활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울력·참선 등 절 집안의 하루일상을 덧칠없이 담박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지대방에서 듣는 스님들 사이에서만 회자되는 노스님들의 수행담이나 괴짜 스님들의 무용담도 흥미진진하다.

애써 '이것이 불교'라고 외치지는 않지만, 수행과정에서 얻은 깨우침이며 지혜의 잠언들이 쉽고 간결한 표현으로 곳곳에 숨어있다. 깨달음을 추구하는 젊은 수행자들의 고뇌와 갈등도 빼놓지 않았다.

무심한 자연을 대하면서 울컥 치솟는 그리움, 환속한 도반을 보며 한 인간으로서 겪는 소소한 감정들이 읽는 이의 가슴을 아릿하게 저미며 공감대를 자아내기도 한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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