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비명소리

석가여래가 룸비니동산에서 태어나자마자 사방으로 주행칠보하고 하늘과 땅을 가리키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외쳤다면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탄생의 춤이나 선언이 아니라 수미산에 등산하던 천상의 사람들 일행중의 한 사람이 발을 헛디뎌서 지상으로 떨어져 죽는 몸부림이요 비명소리였다.

이 세상 사람들은 필자가 헛소리한다고 할지 몰라도 이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마야부인의 옆구리에서 탄생하는 그 순간에 천상에서 지하로 떨어져 죽지 않았다면 어찌하여 그후 35년간 온갖 고생을 다 한 끝에 보리수 아래서 반짝이는 샛별을 보고 깨칠때까지 수미산 등산때 일은 물론이요 자기가 살았던 천상 백옥경 하늘나라 서울의 일을 까마득히 잊고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말인가.

이 지상에 출생하는 순간이 하늘나라 사람의 사망시이듯 팔십세가 되어서 그때까지 팔만사천이 넘는 대장경을 설하여 놓고도 한 글자도 설한 바 없다고 하면서 사망한 때는 하늘나라에서 출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35세때 보리수 밑에서 반짝이는 샛별을 보고 깨달은 그 순간은 어떠한 때였던가. 그것은 이승과 저승 즉 천상과 지하에서 다같이 출생과 사망을 초월하는 순간이었다. 그리하여 그 순간에 석가여래는 비로소 진실한 그대 자신인 진공처럼 없는 곳이 없으며(無所不在) 모르는 것이 없고 불가능 한 것이 없는(全知全能)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存)의 진인으로 의식을 회복하였던 것이다독자들이여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날때 왜 우는지 아는가. 그것은 천상에서 이 지상으로 떨어져 죽는 소리다. 진공묘유(眞空妙有)의 그대들이여 그대들의 진아는 지금 떨어져 죽어 있다. 운좋게 죽지 않았다면 실신한 상태이니 어서 깨침으로써 정신 차리거나 살아나라.

식물병리학자·전 영남대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