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례에 담긴 '그들만의 문화'-니겔 발리의 '죽음의 얼굴'

말라위공화국의 나큐사족이 엄숙한 영국 장례식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영국 장례식에서 미소와 웃음은 절대 금물이다. 근엄한 표정으로 격식에 맞게 장례를 진행해야 한다. 반면 나큐사족은 장례식에서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떠들고 춤을 춘다. 이를 두고 나큐사족 장례식을 미개 문화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일찍이 몽테규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관습대로가 아니면 서로를 야만인으로 부르려 한다'는 말로 자신들의 잣대로 모든 것을 평가하려는 인간의 속성을 꼬집은 바 있다.

문화 인류학자 니겔 발리도 죽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문화 상대주의 시각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주로 철학이나 예술의 관찰 대상이었던 죽음을 문화인류학적 측면에서 관찰한 '죽음의 얼굴'에서 문화적, 지역적 차이, 사회적 배경에 따라 죽음을 받아 들이는 태도가 다르고 죽음에 대한 반응도 다양함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을 현장 답사하여 얻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죽음을 보고 다루는 방법은 다양하며 우리에게 익숙해진 죽음에 관한 관습은 자연이 부여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바꿀 수 있는 한 요소라는 것을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카메룬의 도와요족, 인도네시아 토라자족 등 소수부족 장례식을 통해 흔히 미개사회, 야만이라고 일축해 버리기 쉬운 다른 문화를 진지하게 들여다 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나아가 좋은 죽음과 나쁜 죽음, 정치적 죽음을 해석하는 각 문화의 차이 비교 등을 보여줌으로써 자기 문화의 죽음관을 객관적 입장에서 관찰하게 하고 자신의 죽음과 삶을 돌아보게 하는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삶과 동시에 잉태돼 누구나 한번은 맞이해야 할 죽음. '삶이 완전하지 못할 수록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리슬 마벅 굿맨의 말처럼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의 불안전함일지도 모른다. 다루기 힘든 무거운 소재를 어둡지 않은 내용으로 서술, 장례 풍속에 담긴 각 문화의 내세관과 삶의 철학을 자기 문화의 편식에서 벗어나 새롭게 음미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니겔 발리 지음, 예문 펴냄, 296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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