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루과이 라운드 10년 우리농업 어디로 가고 있나-(10)농산물 수출

"중국이 세계 김치시장에까지 저가 공세를 해대지만 우리는 원자재 값이 오르기만 하니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아주 어렵습니다".

4년째 일본으로 '맛김치'를 수출하고 있는 풍산농협 정수호(37) 김치공장장의 한숨이 깊었다. 중국이 한국산보다 30%나 싼 값으로 일본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 심지어는 우리 것과 꼭같은 재료를 생산하기까지 하니, 더욱 힘들다고 했다.

김치 시장에서의 일본과의 승부도 갈수록 버거워지고 있다고 했다. '기무치'를 누르고 '김치'가 국제식품으로 인정 받긴 했지만 일본은 이미 기술·재료 확보, 마케팅 등에서 '더 한국적인 김치'를 만들어 낼 준비를 끝낸 상태라는 얘기였다. 국비 보조 11억5천만원 등 46억9천만원을 들여 1994년에 공장을 지은 풍산농협은 총 45개 품목을 생산해 1998년부터 일본 수출을 시작했다. 그해 1억6천만원이던 김치 수출액이 지난해엔 9억2천만원으로 늘고 올해는 10억7천만원으로 목표로 잡을 만큼 신장했다. 미국 진출도 노리는 중.

하지만 정 공장장은 "전반적으로 수출 채산성이 떨어져 물류비 지원 강화 등 농산물 수출업체에 대한 정부의 배려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런 위기감을 읽었는지, 농림부는 "일본 김치와의 차별화를 위해 30일부터 두달 동안 일본 TV에 광고를 내기로 했다"고 지난 28일 발표했다.

일본·미국에 고추씨·고추장을 주로 수출하는 안동 일직농협 김두성(43) 상무도 "답답하다"고 했다. 1993년에 보조금 8억원 등 43억원을 투입해 가공공장을 지어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수출 여건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 8천만원에 불과했던 1996년 첫 수출액이 99년엔 2억6천만원으로 늘어 희망에 부풀었으나 작년에는 1억1천800만원으로 뒷걸음질 했다.

원료 구입비는 오르지만 수출 단가는 제자리 걸음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국내업체들 끼리의 수출 경쟁 탓. 중국산보다 10배나 비쌀 때도 국내산 고추를 써야 하고 고품질을 유지하려면 비싼 청결미를 재료로 해야 하니 더 어렵다고 서동준(40) 공장장이 하소연했다.

그래서 외국 농산물 수입업체(유통공사)의 이익금을 환원해 수출업체를 돕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특히 수입 원료를 쓰지 않는 업체에는 별도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농산물 유통공사 수출기획팀 우상대 과장은 "공사에서도 5%인 원료구입 자금의 이율을 낮추는 쪽으로 정부와 협의 중이나, 수출업체들 역시 이제 경쟁력 있는 품목을 개발하는 등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산약(마)을 생산해 미국·홍콩 등으로 수출하는 안동 북후농협에서는 해외 홍보와 마케팅 지원에 애타했다. 산약 가루·음료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전국 150여개 농협 가공공장 중 대표적 성공 케이스로 꼽히지만, 북후농협은 수출에서만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겨우 일년에 두세 차례 해외박람회에 참가하고 3, 4일 홍보하는데 불과한 것.

그 결과 1996년부터 수출에 뛰어 들고도 작년 수출액은 1억8천만원에 불과했다. 전체 매출액 중 비중은 겨우 5%. 강병도(51) 조합장은 "특히 수출량의 80%를 미국 LA 등의 교포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외국인에게 상품을 알릴 수 없는 것이 수출 부진의 원인"이라고 했다. 유정열(53) 전무는 따라서 "원료 구입비, 운영 자금 등의 지원을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의 해외 홍보·마케팅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후농협은 안동지역 사과농들이 줄줄이 폐농하거나 타격받자 산약을 특산화, 5억원의 보조금 등 25억원으로 1994년에 가공공장을 지었다.

딸기를 수출하는 고령 쌍림에서는 또다른 애로가 드러나고 있었다. 이곳의 고민과 한계는 씨앗을 외국산으로 써야 하는 것. 안림원예조합 곽영상(45) 대표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레드플'이란 딸기를 생산하지만 종자를 수입해야 해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정부와 도청 등에서 국산 우수 종자를 개발하고 기술 지원을 강화해야 원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고령군청 산업과 이재원(37) 수출담당도 "딸기 수출액이 작년 2억원에서 올해 13억8천만원으로 늘고, 재배 면적도 227ha에서 237ha로 느는 등 외화 획득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더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종자 기술 등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런저런 사유들 때문에, 지금 우리 농산물 수출 전선이 암울해지고 있다. 1997년 17억5천만 달러로 늘었던 농림축산물 수출액은 작년 경우 15억3천만 달러로 떨어졌다. 반면 IMF사태로 잠시 줄었던 수입은 다시 증가, 농림축산물 국제수지 적자 폭이 1998년 47억7천만 달러에서 작년엔 69억2천만 달러로 커졌다.

수출 시장 편중도 극복되지 않고 있는 과제. 작년 수출액 15억3천만 달러 중 일본이 7억2천만 달러로 47%나 차지했고, 미국이 1억4천500만 달러(9.5%), 홍콩이 1억3천400만 달러(8.7%)였다.

농림부 고학수 수출 담당 사무관은 "싼 가격을 무기로 한 수출은 이제 어려워진 만큼 앞으로는 고품질과 생명과학 접목 상품 개발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며, "정부도 수출 강화책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수출 농가·업체 융자금 이율 인하, 해외 박람회 참가 및 시장 개척단 활동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경북지역 농수산물 수출 지원정책의 개선 방안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는 경북도청 유통특작과 손인목씨는 "수출농가 경영 규모 확대, 생산기반 확충 등으로 가격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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