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의 땀방울-(3)주부봉사모임 달성회

"길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도록 희망과 용기를 준 정말 고마운 사람들입니다".95년 대구지하철 폭발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당한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허명희(42)씨가 주부 봉사모임인 달성회 회원들 하나하나에 보내는 감사의 말이다.

이 동네 아줌마 모임인 달성회 회원들이 사고후 문밖 출입을 못하는 허씨 집을 찾은 것은 지난해 10월. 회원들은 허씨의 유일한 가족인 초교생 남매가 온갖 살림을 하며 학교를 다닌다는 화원초교 선생님의 얘기를 우연히 듣고 팔을 걷어 붙였다.회원들과 허씨와의 첫 만남은 눈물바다였다. 달성회 신계향(42) 회장은 "어린 자녀들이 살림을 하고 있는 집은 엉망이었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없는 집에 5년이나 혼자 누워 지낸 허씨는 실어증에 걸려 사람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있었습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부터 회원 30명이 매주 돌아가면서 허씨 집을 찾아 빨래, 청소, 반찬은 물론 대소변까지 받아주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하는 친구로 다가갔다. 회원들은 각자 바쁜 집안일 속에서도 허씨 외에 형편이 어려운 10가구를 돌본다. 그 때문에 매일 허씨 집을 찾지 못하는 게 마음에 걸린단다.

3년전 알음알음으로 모여 이웃의 어려움을 함께 걱정하고 돌봐주다 친목모임까지 만든 이들. 이들은 매달 회비(1만원)를 거둬 소년·소녀가장 5가구에 반찬과 버스표를, 홀로 노인 4가구에 쌀을 지원하고 있다. 회원들은"각자 고만고만한 생활을 하면서도 주위의 딱한 사정을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게 우리의 닮은 점"이라며 밝게 웃었다.

강병서기자 kb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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