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저금리시대에 맞는 틀 갖춰야

은행 예금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4%대에 진입, 본격적인 '불황속 저금리' 시대를 맞고 있다. 국민·주택 합병은행은 8월1일부터 1년짜리 일반 정기예금 금리를 5.4%에서 4.9%로 인하키로 결정, 전 금융권으로 확산될 전망이며 대출금리도 7%대로 떨어졌다. 예금 금리 4.9%는 올 상반기 물가상승률 4.8%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자소득세(16.5%)를 빼고 난 실질금리는 이미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자소득 생활자들에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금리인하는 투자촉진 측면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금리는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도 소비와 투자 촉진 효과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이미 경기가 불투명해지자 자금 사용을 회피, 신규투자를 꺼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업신규투자 증가율(전년대비)이 마이너스 2.2%를 기록한 이래 7개월째 내리막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6월중에는 산업생산이 전년대비 마이너스 2.7%를 기록했다는 것은 기업활동의 위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개인들은 증권시장 침체, 부동산 경기 냉각 등으로 자금 활용처가 궁해지자 금리가 낮은데도 불구, 금융권으로 대거 몰려 안전위주의 자금운용 기조를 확실히 다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은 자금은 넘쳐나는데도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로금리에도 투자 활성화는커녕 오히려 소비만 위축되는 전형적인 '일본식 불황'의 전조는 아닌지 경계해야 할 일이다.

당분간 기업의 자금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워 금리는 계속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정부는 우리경제도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도래했음을 직시하고 과거 '고금리 고투자'의 경제성장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금리정책에는 한계가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R&D투자 증대를 통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 강화만이 투자촉진, 생산증대, 소비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善循環)의 촉매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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