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버스조합 부산 교통카드 도입 움직임

경북버스운송사업조합이 대구 인근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이유로 교통카드를 조기도입키로 하면서 KEB테크놀러지를 단말기 및 시스템 도입사로 선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지역 IT.정보통신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KEB테크놀러지(KEBT)는 부산은행을 발행은행으로 하는 전자화폐 '마이비카드'에 투자한 업체인 만큼, KEBT의 시스템 도입은 결국 부산의 전자화폐'마이비카드'의 경북상륙이나 마찬가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더욱이 지역벤처기업 (주)TINC와 (주)DG CASH, 이-라이프 테크놀러지(주)가 금융결제원이 시행하는 K-CASH를 기반으로 하는 대구.경북권 전자화폐 '디지캐시(DG CASH)' 도입을 현재 추진중이다. 대구시와 대구은행.대구버스조합 등도 이에 적극 협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활권을 같이하는 경북지역에서'또다른 전자화폐'를 도입하려는 것은 대구.경북 시도민의 생활 편의와 지역경제 모두를 무시한 '터무니없는 태도'라는 비판이다.

경북버스조합 및 경북도 교통 관계자들은 "대구는 교통카드를 실시하고 있는 데 반해 경산 등지에서는 교통카드가 시행되지 않아 많은 민원이 제기돼 전자화폐와 겸용이 가능한 교통카드의 도입을 검토해 왔다"고 말했다. 또 "마이비카드가 경북의 교통카드로 도입되더라도 '디지 캐시'와의 호환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모든 전자화폐간의 호환이 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만약마이비카드가 경산 지역의 교통카드로 도입됐을 경우, 당초 경북버스조합 등과의 약속에 따라 '대구-경산' 구간의 버스에는 '디지 캐시'와 호환이가능한 단말기를 부착할 가능성이 있다. 또 지난 21일 정보통신부의 표준화 계획에 따라 5개 전자화폐가 합의한 '교통부문'의 표준화 방침이 예정대로2002년 시행되면 교통분야의 호환성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나 나머지 전자화폐 활용 부문에서까지 호환성을 확보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디지 캐시와 합의없이 마이비카드만 일방적으로 호환되는 단말기를 공급한다는 것은 전자화폐 인프라 비용을 마이비카드가 떠안는다는 것을의미한다. 이 때문에 마이비카드가 보급하는 전자화폐용 단말기가 모두 디지 캐시와 호환이 가능하다고 보장할 수 없다.

디지 캐시와 마이비카드가 합의해 모두 호환용 단말기를 공급하면 이 문제도 해결되지만, 이 경우 시장지배력이 큰 업체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현상이 발생해 시장원리에도 맞지않다. 결국 전자화폐간의 호환은 상당기간 시간이 지난뒤 업체들간의 시장점유율이 안정됐을 때, 서로간 합의를 통해실제적 실행이 가능한 것이다.

이같은 호환성 부재로 인한 혼란과 불편은 전자화폐가 교통뿐 아니라 옷가게, 식당, 공원, 극장, 각종 민원 수수료 등 생활전반에 활용된다는점을 감안하면 더욱 심각해 진다.

게다가 정부의 수수료 규제를 받는 디지 캐시와 달리, 사기업인 마이비카드의 수수료가 훨씬 높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교통부문만 봐도 디지캐시와 마이비카드의 수수료는 각각 1.5%와 2.4%로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자화폐 도입에서 더 중요한 것은 향후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말한다. 대구.경북의 전자화폐 사업을 외지업체가장악하게 되면, 각종 수입금과 법인세의 역외유출은 불가피하다.

특히 새로운 정보산업의 창출에 따른 지역 고용효과가 반감되고 지식정보산업의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 자명하다. 외지업체가 정보산업의 핵심 인프라중 하나인 전자화폐 관련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경영노하우와 신규 정보산업 창출 기회를 가져가게 되면, 지역에 남는 것은'단순 하청작업' 뿐이라는 설명이다.

지역 IT전문가들은 "전자화폐는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미래 정보자본주의 핵심 인프라(=미래의 돈)를 의미한다"며 "주민생활의 편의 측면에서 보면 생활권이 같은 대구.경북이 같은 '화폐'를 쓰는 것이 당연하고, 지역경제의 발전을 고려한다면 지역업체가 이 사업을 주도하는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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