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도입 부작용
칭기즈칸의 후예들은 1996년 6월30일 총선에서 공산당의 맥을 이어온 몽골인민혁명당(MPRP)을 거부하고 야당인 민주연맹을 선택했다.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배경으로 압승한 민주연맹은 '대륙의 고도(孤島)'로 남아 있던 몽골에 75년간의 공산당 지배를 종식시켰다.
몽골 국민들이 쟁취한 민주세력의 승리에 대한 기쁨과 축제의 기분은 잠시 뿐. 민주혁명의 열기가 하루 하루의 삶을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경제현실을 누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경제난 타개를 위해 90년에는 시장경제제도를 도입하는 등 신정권은 개방정책이란 기관차에 속도를 더했다. 그러나 시장경제로의 이행과정에서 야기된 부작용과 국정운영의 미숙으로 민심은 떠났다.
빈곤과 실업문제가 심각해져 240만 인구 중 3분의 1이 최저 소득수준에 머물고 있고, 어떤 도시의 실업률은 무려 50%에 달한다. 빈부격차 또한확대됐다.공산주의 시절 특권층이었던 당 간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백만장자를 뜻하는 '사이탕'들로 메워졌다. 99년 겨울 혹한으로 가축 270만 마리가몰사했을 때 정부는 무대책이었다.
권력의 맛을 느낀 새 집권세력의 부정부패는 정치불안의 불씨가 됐다.
4년동안 내각이 4번이나 바뀔 정도였다. 차세대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복부 13군데를 난자당한 채 살해된 국회의원 졸릭의 암살 사건은 아직도해결되지 않았다. 민심은 '공산주의라도 좋다.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해달라'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2000년 7월 2일 실시된 총선과 올 5월 20일의 대통령 선거결과는 이런 민심의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야당인 몽골인민혁명당은 전체 76석 중 72석을 차지한 반면 민주연합으로 불리는 집권연정의 주축인 몽골국민민주당(MNDP)은 단 1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
인민혁명당은 총선 승리로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하게 됐다. 97년 당선된 나차긴 바가반디 현 대통령은 인민혁명당 소속으로 올 대선에서도 57.95%를 득표, 재선에 성공했다.주석제를 유지해 오던 몽골은 90년 국민투표를 통해 의원내각제로 헌법을 개정했고 현재는 의원내각제에 대통령중심제 요소를 일부 가미한 이원집정부제의정부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인민혁명당 소속의 남바린 엥흐바야르 총리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시계를 거꾸로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민혁명당이중도 좌파정당을 지향하고 있으며, 자신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를 모델로 삼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남고비 사막에서 낙타.양.소.염소 등 500여마리의 가축을 기르며 부인.아들 3.딸 2명과 살고 있는 델레글(45)씨는 '과거 집권 경험이 있는바가반디 대통령의 민주혁명당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양모 가격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정책을 세웠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바야르바타아르(19.칭기즈칸대학 여행경영학과 2)씨는 '민주혁명 후 국민들은 당시 야당에게 집권기회를 주었지만 실망만 시켰다'고 말했다.
울란바토르서.글=최봉진기자
사진=강선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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