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피해 휴식을 즐기는 여름철 휴가가 절정에 이르고 있는 시점이다.가족들, 친구들, 연인과 함께 바다로, 산으로 떠나는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대부분의 근로자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작업장에서 땀흘리던 일들을 잠시 멈추고, 내일의 더 큰힘(근로 원동력)을 얻기 위해서다.
미래의 가치창조를 위해 심신을 단련하면서 자신과 조직에 보탬이 되는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인 휴가.
누구나 생산적으로, 효율적으로 활용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IMF후 지속되고 있는 불경기의 여파로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휴가비가 예년보다 격감했거나 아예 한푼도 못주는 기업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 여름 바캉스가 그렇게 즐거운 일만은 아닌 듯 싶다.
휴가는 경쟁력 강화의 기회
빈손으로 휴식처를 찾는 근로자들의 마음이 씁쓸하겠지만, 그냥 보내야만 하는 경영자의 심정도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휴가철을 맞아 공장가동을 중단하거나 설비보수에 들어가는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게 요즘의 상황이다.
수출물량은 점점 줄어들고 곧 풀린다던 경기는 갈수록 꼬이고 있으니 노사(勞使) 모두가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는 답답한 현실이다.
물론 경영상태가 좋아 느긋한 마음으로 휴가를 즐기는 기업도 있는 반면, 오로지 앞날에 희망을 걸고 땀과 노력으로 버티는 업체도 많다. 노사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면서 말이다.
이처럼 올 여름에 그려지는 휴가 풍속도는 천차만별이다.
새로 출시한 제품이 히트를 치면서 임직원 모두가 제품생산에 매진, 10월까지 휴가 금지령을 내린 곳도 있다.
모 업체는 8월중에 전직원들이 여유롭게 며칠씩 쉬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모처럼 휴가를 제대로 즐길 수 있지만 폭염이 물러가는 초가을부터 일에 바짝 매달려야 하는 부담감도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고 속내를 내비친다.
국내 유수의 한 전자업체는 정기 여름휴가와는 별도로 리프레시(refresh)휴가를 실시해 직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이 휴가제도는 직원들에게 가외로 상반기와 하반기에 일주일씩의 휴식기회를 주는 것으로 이채로운 일면을 보인다.
특히 최고 경영자가 직접 휴가를 독려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휴가를 가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생산성도 크게 향상됐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근로자들의 근무의욕을 북돋우는 일들은 노사 쌍방간에 기분좋은 하나의 모멘텀(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사간 투명하게 통하는 마음이 엄청난 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기업주들은 휴가비를 듬뿍 쥐어주며 "맘껏 편하게 쉬고 오라"고 말하고 싶을 게다근로자들도 신분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열심히 일하겠다"며 응답하는 것이 근로현장의 정상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우리의 형편이 여의치 않다. 불황이라는 어둡고 긴 그림자가 기업주에게는 경영압박을, 근로자에게는 생활압박을 쉼없이 가하고 있다.
마음껏 편하게 쉬고오자
짓눌림을 과감히 박차고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처럼 맞은 휴가라는 '쉼표'를 도약의 '전환표'로 삼아 정상 생활을 연출하는 '마침표'를 찍어야 될 게 아닌가.
요즘 '주5일 근무'를 둘러싼 논쟁이 작렬하는 태양처럼 뜨겁다.
휴가일수를 늘리면 되레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 재계에서는 '과연 그럴까'하고 의구심을 내비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5일 근무제'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는 범위안에서 제대로 정착돼야 한다생기넘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신선하고 신바람나는 '휴가문화'가 이뤄져 경제전반에 드리워진 먹구름을 날려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휴가는 거저 노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음미하면서…. 유해석(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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