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세대란 해프닝 속출

직장이 대구인 최모(35·구미시 도량동)씨는 지난 96년 결혼이후 올 초까지 대구에서 아파트 전세를 살았다. 내집 마련의 꿈을 안고 지난 1월부터 소형아파트를 사려고 4개월동안 시내 곳곳을 누볐으나 매물이 없어 포기하고 말았다. 최씨는 결국 한 번도 산 적이 없는 구미의 주공아파트를 샀다.

극심한 아파트 전세난 때문에 대구를 떠나는 '행렬'이 길어지고 있고 이주지도 구미 영천 경주 등으로 멀어지고 있다. 또 가족과 떨어져 직장생활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셋집을 못 구해 결혼식을 제때 못올리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모 기업 대구지사로 발령받은 김모(42)씨는 가족들과 대구에서 살기 위해 한 달동안 아파트 전세를 구하다 포기했다. 김씨는 "대구서 아파트 구하기가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다"며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은 서울 아파트에 그대로 둔채 혼자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6월에 결혼할 예정이었던 이모(30·대구시 수성구 매호동)씨는 결혼식을 올 가을로 연기했다.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자는 애인의 요구에 전셋집을 구하러 다녔지만 실패했기 때문. 이씨는 "부동산 공인중개사 말이 올 하반기엔 집이 나올 수 있다고 해서 그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대곡, 용산, 성서, 칠곡, 지산, 범물 등 아파트 대단지에 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에는 평균 50여명의 예약대기자들이 줄을 서고 있고, 이중 상당수는 예비부부들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중개업소에 미리 계약금을 내고 자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신혼부부들이 늘고 있고, 결혼식 며칠전에 아파트를 계약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수성구 시지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역 주택건설업체의 아파트 분양 부진과 시중 금리 인하로 전세·매물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정부가 소형주택 의무비율제 부활 등 안정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현실과 동떨어져 당분간 아파트 구하기 전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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