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패션몰이 대구에 들어선지 1년이 되기도 전 곳곳에서 위기를 알리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의류 소매유통의 첨병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기대는 점점 옅어지고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상인과 운영법인의 갈등, 상인간 갈등 등은 패션몰 운영자의 경영능력 부재에서 나오는 것이다. 일단 팔고 보자는 분양업자, 개인 잇속만 차리려는 운영자의 횡포 속에서 상인들의 신음소리만 높은 게 현실이다.
이런 과정속에서도 일부 패션몰은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전문경영인을 도입하는 등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지역 패션몰의 실태를 짚은 뒤 전망, 대안 등을 제시해본다.
"한달 매출이 200만원을 겨우 넘어 개점 이후 지금까지 손익분기점도 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베네시움 6층에서 잡화점포를 운영중인 김모씨. 개점 당시 부푼 기대를 안고 들어왔지만 1년도 안된 지금 나오는 것은 한숨뿐이다.
보증금 500만원, 월 임대료 30만원에 계약한 뒤 200만원을 들여 매장을 꾸미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매달려 왔지만 분양팀의 설명과는 달리 찾아오는 손님이 없다. 매출이 오르지 않아 종업원 급여 80만원, 관리비 20만원, 카드수수료 3~4%를 제하면 오히려 적자라는 게 김씨 얘기다.
"개발회사와 관리법인이 상인들을 위해 점포를 살리기 보다 제각각 잇속을 차리기 위한 내부 분쟁을 일삼는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김씨는 오는 11월 계약이 만료되면 미련없이 베네시움을 떠날 생각이다.
대구 패션몰이 위기다. 공급과잉, 운영능력 부재 등으로 당초의 들뜬 분위기는 간데 없다.
현재 대구에서 영업중인 패션몰은 엑슨밀라노, 베네시움, 대구디자이너크럽, 갤러리존, 프라이비트2 등 5개. 여기에 오는 30일 개점하는 밀리오레와 내년 초 문을 여는 스펙트럼시티를 합치면 7개로 불어난다.
하지만 개점 1년을 채 맞기도 전 공급과잉, 운영능력 부재 등으로 당초의 기대는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동대문 신화를 대구 서문시장으로 이어가겠다고 처음 나선 곳은 지난해 12월 1천300개 점포 규모로 문을 연 베네시움.
서문시장과 인접한 지리적 조건으로 높은 집객효과를 거둬 상인들에게 상당한 수익을 보장해줄 것이라던 장밋빛 기대 속에 출범했던 베네시움은 그러나 반년만에 '낙담' 위주의 우울한 분위기로 가라앉고 있다.
개장 초기 주요 고객층 분석 실패, 무리한 사업 확장, 매장 운영능력 부재 등이 주요 원인. 과장 광고로 분양자들에게 깊은 불신감을 안겨줬고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까지 받았다.
산격동 종합유통단지 대구디자이너크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천개 점포의 임대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대다수 상인들이 관리비, 임대료를 내지 못할 정도로 영업이 어렵다. 각 층당 면적이 2천700평으로 지방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서는 상권 활성화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입점상인 박모씨는 "대구시의 유통단지 개발계획에 따라 하루 단지를 방문하는 사람이 1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는 거짓말이었다"며 "언젠가 매장이 살아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이제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0, 20대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중구 동성로의 엑슨밀라노는 하루 방문객 수가 5만~7만명에 이르고 있지만 실제 구매율은 5% 안팎에 불과하다. 예상 밖의 매출에 상인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엑슨밀라노는 집객효과에 걸맞는 구매율을 높이기 위해 특단의 마케팅 전략을 내놓기로 했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전계완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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