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누구나 한번쯤브래지어 호크 풀어보았겠지

그래, 사랑을 해본 놈이라면

풀었던 호크 채워도 봤겠지

하지만 그녀의 브래지어 빨아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 빨면서 이런 생각 해보았다

한 남자만을 위해

처지는 가슴을 일으켜 세우고자 애썼을

아내 생각하자니 왈칵,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남자도 때로는 눈물로 아내의 슬픔을 빠는 것이다

이처럼 아내는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동굴처럼 웅크리고 산 것을

그 시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던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 오늘 아침에

피죤 두 방울 떨어뜨렸다

그렇게라도 향기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박영희 '아내의 브래지어'

유니크한 시의 소재가 인상적이다. 이 시인은 민족운동을 위해 무단으로 북한에 다녀온 혐의로 7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간 피붙이던 어린 딸애가 초등학생으로 자라났다.

그 세월 동안 아내는 옥바라지 하면서 아이를 키우느라 온갖 고초를 겪었을 것이다. 그런 아내에 대한 사랑이 그윽한 시이다. 그러나 이 시를 깊이 들여다 보면 민족문제와 성(Gender)문제를 함께 깨달을 수 있는 그런 의미심장한 시이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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