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최악의 輸出 우리경제 赤信號다

이제 우리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총체적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이 34년만에 기록적인 바닥세를 보인 것은 또 한번의 경제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산자부에 따르면 7월중 수출액은 115억7천만달러로 작년동기 대비 20%나 감소, 수출통계가 시작된 67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는 것은 엄청난 충격이다. 그렇지만 여러 경제지표들로 판단해 볼 때 이 정도의 나쁜 상황은 이미 예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수출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이미 4개월째 급감하고 있었다. 하반기 중 회복할 것이라던 미국과 일본경제가 계속 허덕이고 있어 GDP(국내총생산)의 40%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런 외생변수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의 불황은 우리 수출의 간판격인 IT산업의 침체에서부터 비롯된 만큼 7월중 반도체 수출이 64%나 떨어지고 컴퓨터 수출이 25% 감소할 정도로 우리에게 결정적인 상처를 입혔다.

세계적인 불황을 역전시킬 능력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수출감퇴를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이같은 최악의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세계경기가 저점을 지나 급속히 회복할 것이라는 'V자 모델'이 지배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최근 아직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L자형 불황'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이보다 더한 경악적인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주시하고 우리경제의 내성(耐性)을 기르고 경쟁력을 제고하는 정책을 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먼저 이같은 최악의 수출이 자칫 내수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상장기업 69%가 내년도에 투자를 축소·동결시킬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부진으로 생산이 크게 줄어들 전망인데 국내 소비심리마저 얼어붙는다면 경제는 당장 마비될 것이다. 정부의 소비진작책이 시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미국처럼 철강제품에 이어 섬유류에까지 관세장벽을 높이는 등 최근 선진국들은 자국산업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어 우리의 수출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외교통상전략의 다각화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노사관계를 유연화하고 기업은 투명성을 제고하는 등 기업체질 강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각종 규제철폐를 서둘러 기업이 시장원칙에 따라 경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런 와중에도 꾸준히 수출증대를 유지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처럼 우리의 수출도 곧 희망을 찾을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