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권 봉건사회에서 재력과 높은 신분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축첩(蓄妾) 제도가 다시 중국 광둥(廣東)성 등 경제특구에서 부활하고 있다. IT 산업 등 중국의 급속한경제성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풍요를 안겨주고 있지만 경제개방에 따른 자본주의 사회의 탐욕과 타락의 광풍이 중국 전역을 휩쓸고 있기도 하다.
근착 뉴스위크지는 "엄청난 뇌물을 챙겨 '두 집 살림'을 하는 당 고위간부가 늘고 있고 신흥 재벌로 부상한 기업가들 사이에서도 아내외에 '숨겨둔 현지처'가 한 두명씩 있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돼버렸다"고 보도했다. 이때문에 중국에서는 TV 등 언론 매체와 토론회 등을 통해 축첩을 막기위한논란이 가열되고 있고 법적 규제장치 마련이 한창이다.
◇'부르주아 계급의 해악'=중국 공산당은 혁명성공 이후 축첩제도를 '부르주아 계급의 추악한 관습'으로 규정짓고 이를 전면 금지했다. 마오쩌둥(毛澤東)에게도 장칭(江靑) 등 내연의 관계인 여인들이 많았지만 문화혁명을 통해 중국의 축첩제도는 사라졌다. 그러나 경제개방 이후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당 고위간부와 기업가들 사이에 '축첩'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1999년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의장인 천케지엔은 내연의 여인과 함께 마카오 카지노에서 거액의 도박을 하는 등 500만달러(한화 64억원)의 불법수뢰 사실이 밝혀져 공개처형됐다. 이 사건 이후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한 대대적인 정화운동이 펼쳐졌지만 뇌물과 향응 등 부패의 고리는 아직도 차단되지 않고 있다.
중국정부 공식통계로도 1995년부터 1999년까지 부정부패에 따른 국가적 손실이 무려 1천530억달러(한화 197조3천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양한 축첩경향=요즘 중국에서 현지처를 둘 수 있는 재력을 가진 남성들은 '꿀발린 아빠(sugar daddies)'로 통한다. 예쁜 용모의 젊은여성들은 당 고위간부와 기업가들의 현지처가 되면 매달 700~1천달러(한화 90만~130만원)가량을 받는다. '수'라는 이름의 20대 한 여인은 재벌급 기업가를만난 덕분에 매달 2천400달러(한화 310만원)를 받는데 이 돈은 중국인 연평균 소득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녀는 내연의 관계인 기업가가 한 달에 한두 번 가량밖에 집에 들리지 않아 불평이 많지만 혼자 지내는 많은 날들은 자기 나이 또래의 남자친구를 만나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일부 기업에서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성(性) 상납'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뇌물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돈 대신 젊은 여성을 현지처로주선하고 생활비와 아파트를 제공, 이권을 챙기는 비정상적 기업관행이 점차 늘고 있다. 또 돈이 넉넉지 않는 기업가들의 경우 공동 경비를 들여 '현지처'를 공유, 번갈아 외도(外道)를 즐기는가 하면 현지처를 교환하는 '스와핑(swapping)'을 벌이는 등 기괴한 일들도 일어나고 있다.
◇'첩'도 하나의 직업=중국에서 축첩이 부유층의 일상적 유행으로 정착되면서 '현지처'가 하나의 직업처럼 되어가고 있다. 광둥시의 번화가에는 847개의 가라오케가 번창하고 있고, 30만명의 여성들이 돈많은 재력가의 현지처가 되는 꿈을 꾸며 유흥업소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광둥시 등 일부 도시에는 현지처들이 주로 사는 거주지인 '첩동네'가 생겨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한시적 부인에 불과한 현지처들은 남자의 버림을 받으면 다시유흥업소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법적 규제장치=축첩이 확산되면서 중국에서는 여권보호를 위한 혼인법 개정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TV 등 언론매체를 통해 축첩을 비판하는여성단체들의 공격이 잇따랐고 급기야 최근 개정법률이 통과됐다. 이전의 경우 '이중결혼'만 금지됐지만 아내외 다른 여인과의 동거도 불법으로 규정됐다.이 법을 위반한 자에게는 최고 2년 금고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남편의 외도를 법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개정법률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다른 여인과의 전화통화내용이나 립스틱 자국은 물론 사설탐정을 통한 증언도 법적 증거로 채택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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