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보물찾기' 신드롬

'보물찾기'에 대한 이야기는 동심 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인간의 마음을 무한대의 상상력으로 이끄는 묘한 마력이 있다. 보물선과 보물섬에 얽힌 영화나 소설, 만화 등은 그래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초등학교 시절 소풍날의 단연 하이라이트는 단연 '보물찾기'시간이었다.

▲1845년 발표된 프랑스 작가 알렉산드로 뒤마의 소설 '몬테 크리스토 백작'은 14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에드몽 담테스가 탈출해 동료 죄수로부터 들은 몬테 크리스토 섬에 숨겨져 있는 엄청난 보물을 찾아 복수에 나선다는 이야기. 1883년 발간된 스티븐슨의 모험소설 '보물섬'은 소년 짐 호킨스가 해적으로부터 보물섬의 지도를 얻어 파란곡절 끝에 보물을 찾아낸다는 줄거리로 아직까지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남아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보물선 탐사 신드롬이 거세다. 2차세계 당시 적의 공격으로 침몰한 배에 막대한 규모의 금은 보화가 실려 있다는 이야기에 근거해 민간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탐사에 나서고 있는 것. 얼마전엔 1905년 러.일 전쟁 당시 울릉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러시아 전함 드미트리 돈스코이 호에 대한 발굴로 관련업체인 동아건설 주가가 춤을 추는 등 관심을 끌었지만 아직 이렇다할 발굴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며칠 전엔 청.일전쟁 당시 서해안에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청나라 보물선 고승호에서 은화가 발견됨에 따라 보물선 발굴이 또다시 세인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인양업체인 골드쉽은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울도 남방 2㎞지점의 해저 20m에서 고승호 매장물 발굴작업을 벌인 결과, 뻘에 묻힌 선체 앞부분에서 은화와 은덩어리 각 6점, 금은수저 7점을 발굴했다고 지난 31일 밝혔다. 골드쉽측은 각종 사료에 근거, 선체에 모두 600t 가량의 은괴(시가 1천100억상당)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만약 은화의 형태로 존재할 경우 1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가치를 갖고 있다며 흥분하고 있다.

▲여기다 1일에는 모신문이 1994년 사망한 김일성 주석 명의의 금괴 940t(10조4천억원 상당)이 스위스유니언은행(UBS)에 예치돼 있다고 보도함으로써 큰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계좌는 마르코스 필리핀 전대통령의 차명계좌로 마르코스는 필리핀 전역에서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 필리핀 사령관 야마시타 도모유키(山下奉文)대장이 약탈, 숨겨놓았던 대량 금괴를 찾아내 본인 소유로 만들었는데 이 금괴가 그 일부라는 것.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가뜩이나 어지러운 정국에다 경제가 비틀거리는 시점에 난데없이 보물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마음에 '헛바람'만 잔뜩 집어 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국민 모두가 심기일전, 마음의 고삐를 단단히 죄고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할 마당에 25억 복권 당첨 소식과 함께 보물 이야기가 횡행하는 것은 또다른 '거품'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신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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