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정원 조정과 과선택

내년도 대학 입학 정원 조정 결과가 지난달 말 발표됐다. 사범대와 의.약대 정원은 이달말이나 다음달 초 결정되고 전체 대학별 모집단위와 인원은 11월발표될 예정. 그러나 이번 발표만 놓고 봐도 수험생들에게 시사하는 내용이 적잖다.

▨IT 관련 학과 증원 붐=조정 결과 전국 162개 4년제 대학 정원은 전년도에 비해 5천799명(1.83%) 늘어난 32만2천579명. 이 가운데 IT 관련 학과 증원이 3천3백55명으로 전체 증원 인원의 57.9%를 차지한다. IT 인력이 2005년까지 14만명이나 부족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정보통신부가 대학 정원 증원을요청한 데 따른 것. 대학들도 최근의 IT 붐을 타고 너나없이 증원을 요청했다.

◈전체증원 57.9%나 차지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정원이 동결됐던 수도권 소재 대학과 국립대에도 증원이 허용돼 지방대들에겐 우수 신입생 유치가 오히려 어려워질 가능성도 커졌다. 국공립대학은 9개교에서 510명(IT 390, 특성화 60, 기타 60) 증원되고 수도권 사립대는 800명(IT 530, 특성화 210, 전통문화 60) 증원된다.

지방 사립대의 경우 5천420명(IT 2천435명, 특성화 2천985명) 증원된다. 일부에서는 신입생 유치에 목마른 지방 대학들이 같은 지역 내 선발 주자들의강세에도 아랑곳없이 유행처럼 IT 관련 학과를 신설하거나 증원하는 경향이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수험생들도 단순히 학과 이름에 현혹되지 말고 교수 확보율등 교육여건, 취업률, 선배 조언이나 언론 보도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

◈학과이름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ICU)가 내년에 학부 과정을 신설하는 사실도 눈여겨볼 점. IT 분야 핵심인력 양성을 위해 지난 98년 문을 연 ICU는 과학고 졸업생 등을 유치, 정보통신 분야 KAIST(한국과학기술원)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공학부 경우 소프트웨어와 정보시스템, 미디어 및 콘텐츠,통신시스템 등 4개 학과에 310명, 경영학부 3개 학과에 90명 등 모두 4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내년도부터 도입되는 5년제 건축학부에는 부산대, 경상대 등 12개 국.공립대학이 신청했으며 사립대는 자율로 결정한다.

▨수도권 대학은 더 좁은 문=전체적인 정원 증가에도 불구, 수도권 소재 대학 총정원은 11만4천846명으로 다소 줄었다. IT 관련 학과 등은 증원됐으나 대학원을 키우고 학부를 줄이는 BK(두뇌한국)21 사업으로 정원을 줄인 학과가 많기 때문. 서울대가 전년도 감축분 231명의 2배가 넘는 536명을 줄이는 것을비롯, 고려대 56명, 이화여대 55명, 한양대 57명, 성균관대 41명, 서강대 10명, 연세대 7명 등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800여명 감축한다. 비수도권 국.공립대도경북대 27명, 경상대 10명, 충남대와 부산대 각 3명 등 조금씩 줄인다.

◈내년 경쟁률 1.52대1

교육부는 전체 정원 증가로 내년도 입시 경쟁률이 전년도 1.63대1보다 다소 낮은 1.52대1 정도로 추정했다. 복수지원을 감안하면 실제 경쟁률은 4~5대1이 될 전망. 그러나 정원이 줄어든 국.공립대와 수도권 사립대 경쟁률은 이보다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대 증원 속 재수생 증가 우려=25개 지방 사립대가 5천420명을 증원했으나 BK사업으로 감축한 인원은 고작 8명. 전체 지방 사립대 정원은 14만8천160명이나 된다. 수도권 대학들이 IT 관련 정원만 다소 늘렸을 뿐 전반적으로 정원을 감축한 데 비하면 상황은 좋지 않다.

지방대들이 IT 학과나 특성화 등을 앞세워 공들여 학생들을 뽑더라도 만족할 만한 여건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입학을 포기하거나 등록 후 휴학하고 재수를 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2001학년도 신입생의 경우 입시제도 변화 때문에 재수 선택에 소극적이었으나 내년도 신입생은 고3생에 비해 불리할 게없어 재수 문턱이 그만큼 낮아진다.

◈입시제도 변화 재수생 증가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간 미충원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점도 살펴볼 점이다. 대학들의 입장에선 그만큼 답답하겠지만 지방대들이 합격생의 관심을 그만큼 끌지 못한다는 점을 수험생들은 유념해야 한다. 대학, 학과 선택 때 정보를 충분히 구한 뒤 결정해야 한다는 것.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전체 대학의 미충원율은 99학년도 5.9%에서 2000학년도 4.3%, 2001학년도 3.45%로 해마다 낮아지지만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이 이를 주도했다. 2001학년도 미충원율을 보면 수도권은 0.8~2.3%였으나 지방은 전북 10.7%, 경남 10.0%, 제주 6.9%, 전북 4.7% 등으로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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