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가능성을 보자

얼마 전 정신지체인 가족을 만났다. 정신지체인 부부와 시어머니, 시집식구들. 부인은 정신지체 1급, 남편은 2급이다. 시어머니와 손자, 그리고 시집식구들이 함께 살고, 부부만 산 중턱에 쓰러져 가는 집에서 사는 것이 아닌가. 결혼시킬 당시 시어머니께서는 상대 처녀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내 자식이 좀 모자라니 괜찮다는 생각으로 결혼을 시켰는데 내 아들보다 더 심하더라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집안에서만 갇혀서 컸다는 것이다. 시어머니께서는 며느리의 행실이나 능력 등에 대해 너무나 심한 비난을 했고, 그러면서도 그 며느리가 낳은 손자는 너무나 귀여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손자는 전혀 이상 없이 잘 자란 것 같았다.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손자는 귀엽고, 그 손자를 낳아준 며느리는 구박덩어리라.

부인을 만나서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부인은 경계하는 눈초리로 쳐다보았고, 처지를 지지하면서 이야기하면 빙그레 웃기만 하고 전혀 답을 하지 못했다. 돌아서 나오면서 어릴 때부터 조금 모자라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가르치고 관심을 가졌다면 저렇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리들은 주변에 다소 모자라거나 부족한 사람을 볼 때 가능성은커녕 처음부터 그 사람의 모자람을 낙인찍는 경우가 많다. 이시가와 노부요시가 쓴 '마음을 앓는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지적하듯이 정신질환자들을 지역사회에 살지 못하도록 만든 것은 우리 정상인들이고, 우리들이 그들을 몰아냄으로써 계속해서 정신질환자들은 철창 속에 갇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들이 그들을 정상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장본인인 것이다.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이 부축해서 생활하는 장애인 친구들을 보게된다. 바로 이들이 우리 모든 비장애인들이 주변에 대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랑의 천사들이 아닌가? 이들이 우리들과 함께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가능성을 키워줄 수 있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이런 세상은 멀지 않을 것 같다.

가톨릭상지대학 사회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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