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제도시 대구 2부-세계인이 되자

(4)교통표지판

지난 27일 대구를 찾은 이승기(29.대전시 유성구)씨는 차량 운전에 진땀을 뺐다. 교통표지판이 네거리와 너무 가까워 차로 변경에 어려움을 겪기 일쑤였고, 가로수에 가려진 표지판을 보느라 서행하다 뒷차로부터 경음기 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씨는 "도로는 잘 정비돼 있었지만 교통표지판을 보고 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며 "운전자 위주의 교통표지판 설치와 가로수 정비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대구시는 국제행사에 대비, 올해 모두 1천750여개의 교통표지판 중 수성구, 북구, 동구 지역 주관문 도로, 월드컵경기장 등 주요지점의 280여개를 신설 및 교체했다. 표지판을 가로 445㎜, 세로 220㎜로 종전보다 23% 확대하고, 보행자 안전을 위해 표지판 기둥도 지름 40.64㎜로 52% 더 두껍게 했다. 한자와 영문을 함께 표기하고 양방향에서 볼 수 있도록 표지판 이면에도 안내표시를 했다.

하지만 외국관광객 등 외지인들에 대한 길안내 배려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교통표지판의 영문글씨 크기가 국문의 60% 정도여서 식별이 어렵고, 영문 표기가 일관성이 없고 오자도 많다는 것. 또 표지판이 가로수나 가로등에 가려진 곳이 많아 보기 불편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외국어학원 강사 토마스(23.캐나다)씨는 "교통표지판의 영어 글씨가 너무 작아 아예 표지판을 안보고 아는 길로만 다닌다"며 "도로 공사구간 안내판에 영문표기가 없어 난처할 때가 많다"고 외국인을 위한 작은 배려를 당부했다.

흥사단 최현복 사무처장은 "공항.터미널 등 외국인들이 많은 곳에 교통표지판을 더욱 확대하고 한자권 외국인들을 위한 한자병기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운전자들이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교통표지판을 설치하고 높이도 낮춰 쉽게 길 안내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출입로, 좌회전 금지 등에 대한 안내표시도 미흡하다. 월드컵 경기장 관문인 범안로나 신천대로 등엔 진출입 안내표지판 및 노면표시가 부족, 갑작스런 차로 변경에 따른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도심의 주요 지점 방향 및 위치, 도로 등을 안내하는 보행자용 표지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도로번호.가로명 등 길 안내 체계가 미흡해 특히 이면도로에서는 보행자들이 길을 잃기 쉽다.

영남대 지역개발학과 윤대식 교수는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 교통표지판을 정비, 확충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도로여건과 교통상황 등 정보를 실시간 안내할 수 있는 가변형 교통정보표지판(전광판) 설치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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