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금리, 이자소득 기금 비상

이자수익으로 장학사업과 각종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시.구.군청, 장학재단 등이 예금금리가 갈수록 하락하면서 장학금 수혜자나 예산편성 규모를 줄이는 등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재 대구에 있는 장학재단은 60여개. 이들 재단 대부분은 이자수입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5%대의 낮은 금리로 인해 장학금 액수와 수혜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ㄱ 장학회는 매년 초.중.고생과 대학생 230여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금리인하로 장학금 액수와 수혜자를 줄일 계획이다.

재단관계자는 "내년에도 올해처럼 장학금을 지급하면 원금을 까먹어야 한다"며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장학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장학재단이 금리인하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각 구.군청이 운영하고 있는 장학회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서구청은 지난 91년 기금 6억3천여만원을 들여 지금까지 10년 동안 가정형편이 어려운 대학생 670여명에게 장학금 5억3천여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은행과 투자신탁에 분산.예치하고 있는 정기예금이 오는 9월과 내년 3월에 만기가 돼 재계약시 예금 금리가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구청 관계자는 "올해는 이자소득 5천여만원으로 50명에게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지만 내년에는 장학금 액수와 대상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기금 6억원으로 장학회를 설립, 현재 10억원을 조성하고 있는 달성군도 당분간은 확정금리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금리인하로 고심하고 있다.

또 대구시는 140여개, 각 구.군청은 4~5개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으나 최근 연이은 금리인하로 이자수입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여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더구나 구.군청이 내년에 편성할 이자수입예산도 계속된 금리인하의 영향으로 올해보다 20%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이자 의존 기관, 단체들도 비상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대로 떨어지면서 금융권에 맡겨 둔 각종 자금의 이자로 살아가던 각급 기관.단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기관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긴급 지원을 호소하는가 하면 상당수 단체들은 기금을 확대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지속된 경기침체로 재원보전 방안이 별 효과를 못보고 있는 형편.

장학재단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금 운용 기관.단체들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사업축소를 단행하고 있어 이들로부터 유.무형의 지원을 받아왔던 학생들이나 시민들이 엉뚱한 피해를 보는 사례마저 나타나고 있다.

대구.경북개발연구원은 지난해까지 연 9억원 이상에 달하던 이자수입이 현재는 6억원이 채안되는 수준. 연구인력 확충은 엄두도 못낸채 임시방편으로 위촉 연구원을 선임해 각종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지역 경제를 위한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연구원 보강이 절실하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억원의 기금으로 운영하는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는 지난해의 경우 1억6천만원의 이자 수입이 있었으나 올해는 1억원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협회는 이 기금을 7개 금융기관에 분산 예치하는 한편 대구시및 경북도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해놓고 있는 상태.

연간 60억원의 이자수입이 있는 영남대의 경우 올해 6~8억원의 이자 수입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 100억원 정도의 이자 수익을 예상했던 대구시도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금을 출연해 운영되는 장학재단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22억6천만원의 장학기금으로 매년 500여명의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던 조일문화장학재단은 올해 수혜대상을 50명 정도 줄여야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단관계자는 "당초대로 지급하려면 기금 출연을 더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장학문화재단은 지난해 3억4천만원의 이자수입이 있었으나 올해는 2억9천만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까지는 금리를 감안해 기금을 운용해 왔으나 그 뒤부터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태다. 다른 장학재단들의 실정도 비슷하다.

영남대 관계자는 "제2금융권에 돈을 맡길 경우 위험 부담이 있어 은행을 이용한 소극적인 기금 운용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금리 인하가 기업에는 좋을지 몰라도 이자수입으로 꾸려가는 기관.단체에는 상당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최정암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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