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랑의 땀방울-(5)치매노인 돌보는 김정부씨

"봉사라기엔 너무 쑥스러운 일이지요. 그냥 일상 생활일 뿐입니다". 내년이면 환갑인 청도의 유치원 운전기사 김정부(60·화양읍)씨는 출근 전 매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청도읍에 있는 노인치매 요양원인 '효사랑 마을'(에덴원)로 달려간다. 자신의 트럭으로 10여분 달려 도착하자마자 막 잠자리에서 깬 노인들의 기저귀를 갈고 휠체어에 태워 화장실에 데려 간다. 이어서 기다리는 것은 병실 청소 등 자질구레한 일들. 식사 시간이 되면 노인들에게 앞가리개를 채운 뒤 밥을 타다 먹이는 식사 수발을 한다.

이런 일과는 1998년 5월 에덴원이 문을 열면서 시작돼 3년째 계속되는 것. 2시간 동안 정신 없이 노인들과 씨름하다 보면 오전 7시30분. 집에 가 식사하고 8시엔 유치원으로 출근한다.

"처음엔 노인들의 대소변 냄새가 역하기도 했으나 이젠 보통입니다. 남들은 이 나이쯤 할일 없어 빈둥거리는데 이렇게 내 힘이 필요한 곳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노인들 역시 밥을 안먹고 고집 부리다가도 김씨가 달래면 금세 착한 아이로 변한다. 작년 10월엔 다쳐 석달을 쉬는 통에 노인들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이연옥(35) 간호과장이 전했다.

김씨는 8세 되던 6·25 전쟁 중에 여읜 아버지를 생각하며 치매노인 수발을 든다고 했다. 정성들여 돌보던 노인의 자리가 어느날 아침 갑자기 텅 빌때가 가장 힘들다고.

서울 토박이인 김씨는 전원생활을 그려 1993년 처가곳인 청도로 이사왔다가 에덴원이 문을 열자 '자신에게 절실한 일'을 발견했다고 한다. 부인 변희선(48)씨도 홀로 노인들을 위한 재가복지 일을 하고 있다.

청도·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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