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차타고 파리까지 갈 수 있을까

젊은 시절 누구나 기차를 타고 훌쩍 떠나본 기억이 있었을 것이다. 애인이나 친구와 함께 '철커덩, 철커덩'하는 소리를 들으며 객실 유리창에 머리를 기대고흘러가는 야경을 말없이 바라보던 추억…. 화장실옆 난간을 붙잡고 흔들거리며 피우던 담배 한개비의 씁쓸한 맛…. 그 기차가 멈추지 않고 영원히 달렸으면 하는 쓸데없는 공상까지….

10년후면 동대구역을 떠나 평양 모스크바 파리 리스본까지 달리며 끝없는 낭만(?)을 만끽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남북간 경의선 철도망복원사업이 논의되는데다 올해초 한국과 러시아간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 활성화를 위한 회담이 열렸기 때문.

'한국철도의 르네상스를 꿈꾸며'(서선덕외 12명 지음,삼성경제연구소 펴냄)는 한국철도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위한 제언을 담은 책이다. 저자들은"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나 남북을 이어주고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철도의 효용성을 높여야 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철도의 장점은 엄청나지만 국내의 현실과 정책당국자의 사고는 그렇지 않다. 철도는 여객과 화물의 수송실적면에서 도로의 절반 수준인데 비해 교통사고사상자는 215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안전하고, 수송수단간 효율성면에서도 도로보다 최소 4∼8배 이상 뛰어나다. 철도는 에너지면에서 승용차에 비해 18배, 버스에 비해 약 4배, 화물트럭에 비해 약 9배의 효율성을 자랑하며, 환경친화성(유럽의 경우)에서도 승용차의 수송량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3%, 화물차의 20%에 불과하다. 선진국에서는 환경 미관 고속성 경제성 등의 이유로 가장 선호되는 교통수단인데 반해 한국에서는 비전없는 사양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현실. 우리 철도는감소 추세의 수송수요, 만성적인 적자운영, 신규시설 투자에 따른 막대한 재원, 시설 부족과 노후화로 인한 미약한 경쟁력 등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어 과감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

저자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종합교통계획과 교통투자정책, 교통시설투자 등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하는 것은 물론, 민.관 합동으로조직체계나 시행체계의 복잡성 등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대안까지 내놓고 있다.

또 이 책에는 철도의 탄생과 성장 등 한국 철도사가 흥미롭게 서술돼 있고, 미래철도의 모습과 비전, 유럽 등 외국 사례와 국내 특수상황을 고려한 개선방안 등도 들어있다. 철도를 주제로 해 다소 딱딱하지만, 유익하고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한번쯤 읽어볼 만 하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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