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청송·의성 등 경북 중·북부지역 농민들의 주 소득원인 고추 농사가 수확기를 맞았다. 하지만 가뭄으로 타격이 컸던데다 병해충까지 만연해 상황이심상찮다. 앞으로 한달여간 계속될 올해 수확기 상황을 살펴 보자.
◇올해 농사 현재 상황=경북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올해 도내 고추 재배 면적은 2만여ha. 작년보다 1천여ha가 늘어난 것으로 5만2천여t을 생산해 2천500여억원의 농가소득이 기대되고 있다. 도내 재배 면적은 전국 7만6천740ha의 26.1%에 해당해 최대 주산지인 셈이다.지난 1일 영양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병해충 방제 연찬회에서 도 농업기술원은 현재 작황을 "작년보다는 다소 못하나 평년 수준은 되고, 열매 달리기는 작년보다 오히려 낫다"는 판단을 제시했다. 우려와 달리 가뭄을 그런대로 잘 이겨냈다는 것.
근래의 출하 가격은 풋고추가 10kg당 3만원, 마른 햇고추 600g(근) 당 값은 햇볕에 말린 것이 5천500원(영양), 기계로 말린 것은 4천300~4천500원 선으로 나타났다.전국 최대 거래량을 자랑함으로써 올해 값이 어떻게 형성될지 농민들을 긴장시켰던 지난달 25일의 의성 단촌장에 출하된 마른 고추는 3t 정도였다. 그러나 마숙기(46·단촌면 관덕3리)씨는 "올해는 가뭄·병해 등으로 수확이 줄어 근당 5천원은 돼야 생산비라도 건질 것"이라고 했고, 박수홍(44·봉양면 사부2리)씨는"값이 오를 기미가 없다"고 걱정했다. 시장을 둘러 본 김규환 단촌면장은 "값이 7월 중순보다 1천원 가량 떨어졌지만 이달 중순 쯤이면 4천500원대로 회복될것"이라고 기대했다.
고추 상인들도 고추가 대량 출하되는 오는 15∼20일쯤 돼야 가격이 제대로 형성될 것으로 보고는 있다. 그러면서 농민들은 출하 본격화, 수입품 유입,정부 비축분 방출 등 앞으로의 변수들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병해충 피해 심각=농민들이 특히 걱정하는 것은 근래 확산 일로인 병해충 피해. 농기원은 경북 16개 고추 주산지 32개 관찰포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총 207.5ha에서 병해충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면적은 작년의 280.8ha보다 적은 것이라는 얘기. 그러나 현지 담당 공무원들은 실제로는 피해가 훨씬 더 크다고 했다. 포항 경우 전체 고추밭 451ha 중 15%가 탄저병, 20%가 담배나방 피해를 입었다고 했고 안동에서는 지난 6월19일 집중호우 이후 고추 역병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대 주산지인 영양 경우 2천220ha 중 10%에 가까운 210ha에서 역병· 탄저병이 발생하고 150ha에서 바이러스병·담배나방 등 피해가 이미 발생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에 대해 영양고추시험장 권태룡(40) 연구사는 "역병은 연작지에 주로 발생해 매년 가장 큰 피해를 준다"며 "기후·토질을 감안 않고 신품종만선호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또다른 위기감=지역 고추 농가들은 값은 올라가고 생산량은 줄어드는 이런 상황 때문에 중국산 수입이 뒤따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MMA(최소시장 접근) 규정이 있는데도 작년까지는 수입량이 MMA 6천t 중 1천t에 불과, 그 나머지 물량이 올해부터 대대적으로 수입되지 않을까불안한 것. 또 보따리상 반입, 대형 식품회사들의 중국 현지 고춧가루 가공 반입 등 양도 만만찮아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김치 선호도 하락으로 1인당 고추 소비량이 올해 4.3kg에서 2004년엔 4.2kg으로 감소할 것으로 도 농업기술원은 예상했다. 이때문에 농업 전문가들은 대체작목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환기하고 있기도 하다.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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