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자기 고장의 문화유적과 관광명소를 직접 돌아보고 체험토록 하는 '향토문화탐방'은 애향심과 애국심을 길러줄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동구에서도 97년부터 '팔공투어'라는 이름으로 여름방학 기간동안 초등학생을 비롯한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팔공산 등지에 있는 향토 문화유적을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문화 마인드를 심어주고 향토애를 길러주는 유익한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문화관광부에서도 적극 권장하고 있는 사업이다.
그러나 지난 2일자 매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근 선관위가 이를 두고 '일반 선거주민들이 참여하면 해당지역 단체장의 사전 선거 운동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향토문화 탐방이 전면 중단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선관위의 이번 유권해석은 주민의 복지증진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지방자치의 이념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자의적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팔공투어'에 단체장이 얼굴을 내민 적도 없고 도시락과 간식도 참가자들이 직접 준비해 와야 한다. 구청은 단지 교통편만 제공할 뿐 현지 안내도공공근로사업으로 민간인을 뽑아 쓰고 있다. 대구시에서 운영하는 '대구시티투어'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갑자기 향토문화탐방을 중단하라면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1천 400여명의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행정기관의 신뢰성이 무너져버리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선거법은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 사전 선거운동도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그러나 주민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와 복지까지 무시해가며 자의적 잣대로 선거법을 해석하는 선관위의 경직성은 시정되어야 마땅하다.
자기 고장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실시하는 향토문화 탐방이 선거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하지 말라는 현실 앞에서 문화입국, 관광입국의 기치를 내걸고 문화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애쓰고 있는 정부의 노력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선관위는 좀 더 넓은 안목으로 국익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선거법을 해석하고 공정한 선거관리를 해주기 바란다.
임대윤(대구시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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