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돼지값 내리막

작년에 가격 파동을 겪은 뒤 지난 5월 이후 100kg 마리당 20만원대의 초강세를 보이던 돼지값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더불어 올 하반기에는 다시 가격 파동이 올지 모른다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풀리기까지 하면 육가공업체 재고 부담 등이 겹쳐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 농가의 돼지꿈이 흉몽이 될지 모른다는 사이렌이 울리고 있는 것이다.

◇돼지 마릿수.값 추이 =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마릿수는 3월보다 0.8% 증가한 826만 마리였다. 경북지역 역시 107만8천 마리에서 2.4% 증가한 110만4천 마리로 사상 최다. 상황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새끼를 낳는 어미돼지가 특히 많이 늘었다는 점. 경북 경우 11만4천 마리(3월)에서 13만 마리로 14%가 폭증했다.

값도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 작년 10월 10만6천원까지 떨어졌던 돼지는 올 1월 이후 생산비 선인 15만2천원대를 회복하더니 4월 이후 급등해 2, 3년 사이 가장 높은 20만원대로 치솟았다. 반년 정도 사이에 2배가 된 것.

그러나 지난달 하순부터 17만원대로 내려 앉기 시작했다. 새끼 값도 6만5천원까지 치솟았다가 6만원선으로 떨어졌지만, 아직은 적정가를 1만원 웃돈다.

◇정부.농민들의 엇갈린 태도 = 경북도청.농촌경제연구원 등은 사료 생산량 흐름 등을 바탕으로 오는 9월엔 돼지가 831만 마리로 더 늘고, 값은 지금의 17만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장의 시.군청들과 축협 등에선 가격 하락이 이미 나타나고 그 폭이 더 커, 연말 쯤에는 작년 10월 같은 가격파동이 일년여만에 재연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마릿수는 느는데도 가공업체들은 재고량 증가 때문에 매입량을 줄이고 있고, 소비 부진까지 겹칠 수 있다는 것이 이유.

반면 돼지고기 수출 재개도 내년 6월쯤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그것도 올 하반기에 OIE(국제 수역사무국) 총회를 통해 구제역 비발생지역으로 인정 받아야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작년 가격 폭락 때 헐값 처분하고 축사를 비웠던 중규모 농가들은 입식을 계속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 와룡면 이하리 김대현(52)씨는 지난해 손해 만회 호기로 여겨 70마리였던 어미돼지를 100마리로, 전체는 700여 마리에서 1천 마리로 늘렸다고 했다.

사료업체 대표 박모(47.안동 운흥동)씨는 "아직은 값이 좋다며 여전히 마릿수 늘리기가 계속되고 있음이 사료 판매량으로도 증명된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 안동시청 김동수(41) 축산물유통 담당은 "지금이라도 어미 숫자를 20% 이상 과감히 도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새끼 입식 역시 연말까지는 현재의 30% 정도로 줄이라고 권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축산농들이 생각을 좀 바꿔 달라고 당부했다. 자신은 돼지 숫자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남들이 줄여 주길 바라서는 안되며, 가격이 폭락하면 정부가 수매하거나 수출을 지원해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는 의존심을 버리라는 것.

대신 가족 노동 위주 운영으로 생산비를 줄이고 운영자금 압박 요인을 미리 줄여 나가도록 강조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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