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세대를 정의하는 단어 중 하나는 '이기적'이라는 것. 공부만 잘하면 최고로 대접받고, 주변 사람들과는 경쟁하고… 그러나 그런 중에도 이웃 돕는 즐거움을 미리 배워 실천하는 10대들 또한 적잖다.
한국 중등교장 협의회 등이 공동 주최한 제3회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대회. 여기서 상주 화령고 3년 구혜정양, 안동 성창여고 3년 장성경양, 대구 대건고 3년 석찬우군, 대구 학산중 이웃사랑봉사회 등이 은상 수상자(전국 40명)로 뽑혔다. 다음달 중순 시상식(서울) 때 장학금 50만원씩과 메달을 받는다.
금상 수상자는 시상식에서 결정될 예정. 나누는 삶을 체득한 이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이고 희망적이다.
◇홀몸노인에게 밑반찬 배달하는 구혜정양 = 고단한 일주일을 보내고 편히 쉴려 할 토요일 오후. 그러나 혜정이는 사회복지 시설 '필그림 하우스'를 찾아 간다. 오후 4시까지 3시간 동안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밑반찬을 배달해야 하기 때문.
다른 봉사 학생들과 조를 짜 주방 자원 봉사자들이 만들어 둔 반찬을 들고 홀몸노인들을 찾아 가면, 26가구의 홀몸노인들은 늘 미리부터 해맑은 웃음과 함께 올 혜정이를 기다리고 있다. 그저 반찬만 달랑 놓고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친손녀처럼 건강을 묻고 어깨도 주물러 드린다. 반찬이 입에 맞는지 꼼꼼이 챙기는 것은 중요한 일 중 하나.
"몸이 아프거나 눈·비 올 때는 무거운 반찬통 배달이 너무 힘들다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를 기다리던 할아버지.할머니 표정을 보면 고생이라는 생각이 저멀리 사라집니다". 처음 4개 면 90여 가정을 대상으로 했던 배달이 이젠 6개 면 110여 가정으로 늘었다. 밑반찬 받는 이도 홀몸노인에서 소년소녀 가장과 장애인으로까지 확대됐다.
"저처럼 배달 봉사를 하는 사람뿐 아니라 후원금을 내거나 반찬을 만들거나 차량을 제공하는 자원봉사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제가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어려운 이웃을 돕겠습니다".
◇봉사활동으로 어른 연습 하는 석찬우군 = "아버지께서 남을 위해 살라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엔 봉사가 쑥스러웠지만 칭찬을 들으면서 더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집.학교만 왔다갔다 하던 단조롭던 생활이 바뀌고 많은 일들을 경험했습니다.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한 셈이죠".
찬우는 1997년에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소극적 성격 때문에 처음엔 어색해 하기도 했으나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찾아 다니면서 자신감을 가지려 노력했다. 동대구역 광장과 망우공원에서 환경.질서 캠페인도 하고, 양로원.치매센터를 찾아 배식·청소·목욕 봉사도 했다. 동촌·팔공산·앞산서 열리는 환경정화 활동에도 빠지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아버지의 권유나 선생님의 지도에 따른 활동이 대부분이었지만, 앞으론 팀을 꾸려 보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봉사할 계획. "여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많지만, 소외되고 어렵게 사는 이웃도 참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작은 것이라도 그들을 위해 베풀고 나눈다면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봉사가 보편화·생활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랑을 배달하는 학산 이웃사랑봉사회 = 대구 학산중 봉사 담당 김성열 교사와 2년생 12명으로 이뤄진 이웃사랑 봉사회는 학산복지관과 연계해 봉사한다. 매주 금요일 영세민 아파트를 찾아 다니며 반찬을 배달하고, 방학 때는 장애인 재활시설 청소도 맡는다. 지난 겨울 방학 땐 나환자촌을 찾았었다. "상대를 잘 이해해야 올바로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회원들은 장애체험, 수화, 나환자 관련 지식 등을 열심히 배웠다.
회원 원한국군은 "반찬을 들고 찾아갈 때 반갑게 맞아주는 노인들을 보면서 '남에게 즐거움 주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일년 넘게 봉사를 계속하자 이젠 학부모.선배들까지 동참하고, 올 여름방학엔 학산중 전교생의 절반이 참가하겠다고 나설 만큼 학교 분위기도 바뀌었다. 참여자가 너무 많아 복지관이 즐거운 고민에 빠질 정도. 앞으로는 동네 공원청소, 환경보호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다.
◇게임보다 전래놀이 더 좋아하는 장성경양 =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안동댐 민속박물관 앞 광장에선 잊혀져 가는 전래놀이를 만날 수 있다. 재현하는 이들은 40, 50대가 아닌 10대 고교생들. 인터넷 게임에 푹 빠져있을 10대들이 이런 놀이를 한다는 것이 놀랍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는 안동을 더 잘 알리기 위해서 전래놀이를 생각해 냈습니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설명하는 것이 처음엔 쑥스럽고 두려웠지만 얼마 안 가 익숙해지더군요. 특히 외국인들은 신기한 듯이 한참 바라보곤 해요".
성경이가 전래놀이를 소개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7월. 2년이 흐르는 동안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이 늘어 지금은 성창여고 1, 2, 3년생, 경안고 1년생 등 45명이 4개조로 나눠 '공연'을 맡고 있다.
"처음엔 이렇게 오래 지속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의외로 반응이 좋아 후배들로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래놀이에 현대 감각을 가미해 누구나 쉽게 즐기도록 하고, 외국인에게도 적극 홍보할 생각입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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