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0년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조선 조정은 일본의 내부사정을 알아보기위해 통신사를 파견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듬해 일본을 다녀온 통신정사 황윤길과 부사 김성일은 서로 다른 보고를 했다. 귀국한 후 어전에서 황윤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안광이 빛나 반드시 병화(兵禍)가 있을 것"이라며 일본의 내침을 예측하고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부사 김성일은 "히데요시란 인물은 두려워할 만한 인물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역사학계에서는 이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친데 대해 서인에 속한 황윤길과 동인에 속한 김성일이 당파성으로 엇갈린 진술을 해 일본 방비책에 통일을 가져오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임진왜란 자초한 당쟁
그러나 일부에서는 김성일이 민심이 흉흉할 것을 우려하여 왜가 군사를 일으킬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고 상반된 견해를 밝혔다고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좌의정 유성룡이 김성일에게 "그대가 황윤길과 다르게 말하는데, 만약 병화가 있으면 어찌하려는가"라고 물으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나도 어찌 왜적이 쳐들어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온 나라가 놀라고 의혹에 쌓일까 두려워 그것을 풀어주려고 그렇게 말했을 뿐입니다". 김성일의 본뜻이 어디에 있었든 당시 정파적 이해 관계 때문에 결과적으로 왜란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못해 나라가 풍비박산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임진왜란이 임박한 조선 선조 당시의 상황이 떠오른다. 오로지 권력이나 정파의 이익을 위해서만 광분하고 있는듯이 보이는 것이 요즘 정치권이 아닌가. 최근에는 민주당이 당보를 통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부친이 '친일'경력 의혹이 있다고 나서자 한나라당은 김대중 대통령이 일제시대 때 창씨개명을 했고 창씨개명한 일본 이름으로 당시 고교 은사에게 인사를 드렸다고 맞받아쳤다. 이것은 구태의연한 정치 행태의 되풀이로 한국정치의 수준이 얼마나 치졸하고 저급한지를 극명하게 나타내줄 뿐이다. 문제는 이것이 아직 국민들에게 먹혀 들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맞닥뜨리는 것이 '언론'의 책임문제다. 현 정권의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개시로 정치권, 언론계, 학계 뿐 아니라 온나라가 떠들썩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왜 세무조사가 '언론탄압'이 되는지에 대해 본질적인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물론 현 정권의 언론 세무조사에 '언론 길들이기'라는 불순한 동기가 당초에 없었다고 할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세무조사에서 사주들의 세금 포탈 혐의가 드러났는데도 단지 언론사의 사주라는 이유만으로 법대로 처리하지 않고 무조건 봐줘야 한다면 이건 국민의 법감정상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정치권.언론 반면교사로 삼아야
그러나 소위 우리나라의 대표적 신문인 소위 '조.중.동'은 보도에 있어 세금 포탈 문제를 비롯, 자사와 언론내부의 부정적인 측면은 아예 싣지도 않고 선동적 어조로 언론자유에 대한 도전이라고만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다. 이들 신문들은 야당인 한나라당이나 학계 인사 등 자사에 유리한 쪽의 말은 무조건 확대보도해 이들 신문만을 보는 독자라면 이번 사태의 진실의 한 면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뉴스 가치에 대한 기준은 아예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사정에 따라 한나라당 김만제 정책위의장의 매카시즘적 '언어폭력'에 가까운 '사회주의적 정책'발언이 여과없이 크게 보도된다. 김 의장 자신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낡은 이분법은 이미 시효가 지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겠지만 차기 정권획득이나 영남의 지역정서를 자극해 이득을 보려는 정략적 발상에서 이같은 공격을 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한마디로 국민들의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해 지역 구도 고착 등 반사이익을 얻으려는게 아니겠는가.
이같은 점에서 국민들도 언론 보도에 일방적으로 휘둘릴 것이 아니라 깨어있는 의식으로 사태의 본질을 꿰뚫을줄 아는 균형잡힌 안목을 가져야 한다. 국민들의 의식이 높아질때 진정한 '언론개혁'도 앞당겨질 것이며 정치권도 언론 플레이보다 미래지향적인 정책 개발로 승부를 거는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세무조사를 비롯한 '언론개혁'은 이나라의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기회다.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치권이나 언론 모두 정파적 이익이나 자사 이기주의를 벗어나 진정 무엇이 나라를 위하는 일인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임진왜란을 자초한 당시의 상황이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신도환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