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일방적 의제 철회'촉구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8일 조선중앙통신사 인터뷰를 통해 부시 미국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제의한 북·미대화 의제를 철회하기 전에는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미국이 제의한 대화 의제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지난 6월 18일 발표한 담화에 이어 두번째이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 발표 이후 지금까지 언론매체를 통해 미국이 제기한 대화의제가 일방적이고 북을 무장해제시키려는 불순한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며 미측의 대화 제의를 거부해 왔다.

미국 역시 그동안 북한과의 두차례 뉴욕접촉이나 또 어떤 다른 외교경로를 통해서도 미국의 대화 재개 제의에 관한 북한의 공식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줄곧 주장함에 따라 양측의 기싸움이 지속돼 왔다.

그러나 이날 외무성 대변인의 인터뷰 발언을 통해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이 주장해온 '북의 무응답' 주장을 반박하고 대화 재개의 공을 미국측에 공식 떠넘긴 셈이 되었다.

주목되는 것은 외무성 대변인의 이러한 입장 발표가 지난 4일 북·러 '모스크바선언'을 통해 북한 미사일문제,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계획 반대를 천명하는 등 러시아의 지지를 상당부분 얻어낸 이후 나왔다는 점이다.

결국 북한은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의 지지를 이끌어낸 데 힙입어 미국측에 대화단절 책임을 전가하면서 더욱 공세적인 대미 자세로 전환하는 기회로 삼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외무성 대변인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쏟아져 나왔던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를 비하하는 발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우리의 최고수뇌부에 대해 험담을 한데 대해 참을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 대목은 김 총비서에 대한 비난에 그냥 넘어가지 못하던 북한의 행태에 비추어 향후 북·미대화를 재개하는데 일정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간 대화 재개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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