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적선출몰 10년째 세계최다

인도네시아 해역, 말라카 해협 등 동남아 해역에서 현대판 해적(海賊)들의 약탈행위가 극성을 부려 지난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올들어 정치·경제적 불안이 극심해지면서 해역 치안상황이 크게 취약,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적이 출몰하고 있어 인도네시아 해군 또는 해양경찰 내부인과 해적간 '내통의혹'마저 일고 있다.

◇급증하는 해적행위=국제해양국(IMB)에 따르면 올들어 상반기 전세계에서 발생한 해적들의 선박공격 건수는 165건으로 선원 3명이 피살되고 120명이 인질로 억류됐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 10년간 보고된 해적 범죄 건수중 최고치로 지난 90년 대비 4배에 가까운 해상약탈행위가 저질러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특히 최근들어 해적행위는 인도네시아 해역 44건, 방글라데시 15건, 말라카 해협 14건 등 절반 이상이 동남아 해역에서 발생하고 있다.해적들의 출몰로 한국과 일본 선박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으며 피해와 부담금은 연간 4억5천만 달러(한화 5천600억 원)에 달해 세계 무역질서를 해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해적 소굴=인도네시아 해역의 해적행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지난 수년간 정치·경제적 불안이 지속돼왔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해역은 지난해에도119건의 해적행위가 발생해 선원들에게는 '공포의 해역'이 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아세 부근 해안은 가장 위험한 곳으로 IMB는 이곳에 정박하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권고하고 있다.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인접한 말라카 해협 역시 '해적의 천국'이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무역항로로 한해 6만여척의 선박들이 통과하는 말라카해협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농어민들이 해적으로 나서는 통에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악랄한 약탈수법=해적들은 보통 어민으로 위장해 2∼10명이 한 조를 이뤄 활동한다. 해적선은 대형 엔진이 부착된 낡은 소형 어선으로 일반 선박보다 기동성이 뛰어나며 해운활동이 활발한 해역의 길목을 지킨다. 이들 해적은 일단 약탈 대상 선박을 발견하면 대나무로 만든 갈고리를 화물선과 유조선의가장자리에 걸어 배에 몰래 기어올라가는 방법으로 선적된 화물이나 현금, 반지 등 귀금속을 빼앗아 도주한다.특히 최근들어 일부 해적의 경우 위성전화와 첨단 항법추적장치, 자동화기 등으로 무장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이들 해적들은 국제범죄조직이나 해군,해양경찰의 고위간부들로부터 화물선의 운송항로 등 정보를 사전에 제공받아 선박을 급습한다.해적들의 가장 손쉬운 탈취 대상은 컨테이너 선박, 대형 화물선, 유조선 등으로 이들은 적재된 휘발유나 선적 화물을 강탈해 수백만달러의 현금을 받고 처분하고 있다. 일부 해적들은 배를 약탈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선원들을 구명정에 태워 그냥 망망대해에 남겨 놓고 가버리거나 아예 살해하는 경우도적지 않다. 지난해의 경우 해적행위로 72명이 숨졌다.

◇내통의혹=해적 대부분은 좀도둑 수준이지만 일부의 경우 반군조직의 후원을 받거나 부패관리와 결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부 해적감시 전문가들은 선박들의 적재화물 내용이나 항로 정보를 미리 확보하고 있는 해군이나 해양경찰이 해적에게 정보를 사전에 유출하고 그 댓가를 받는 것으로추정하고 있다.

또 말라카해협 등 동남아 해역의 상당수 해적들은 주민들의 인심을 사기위해 해상에서 약탈한 노획물을 연안주민이나 가난한 촌락민들에게 나눠주는 등 '의적(義賊) 행세'를 하고 있다. 이때문에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정부당국은 해적혐의자를 추적해 검거할 경우 연안주민들이 자신들의영웅을 처단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자칫 폭동을 일으킬 소지가 있어 해적 소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 해적들이 인도네시아인들이지만 인도네시아당국이 보유한 해적 단속 경찰선은 5척에 불과하고 단속의지가 미약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외신종합=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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