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 놓은 날은 언젠가 반드시 온다'라는 말이 있다. 어릴 적 소풍날이 그랬는가 하면 딸 시집가는 날이 아직은 멀다 싶어도 그날은 잘도 착착 다가오는 것이 아니던가.
2002년 월드컵이 300일이 남지 못했다. 아직은 멀다라는 느낌이 들지 모르지만 아마도 눈 깜짝할 사이 그날도 바로 우리 눈앞에 당도하고 말 것이다. 이렇게 조금의 여유가 있을 때 우리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놓친 것이 없나 짚고 넘어 가야 그래도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는 비교법으로서의 생각이 아니다. 이미 약속되어진 나라의 잔치고 보면 국민 모두의 긴장과 각성이 요구되는 중대사라는 생각이 든다.어쩌다가 한국 땅에 발을 들여놓는 여행객이 아니라 나라의 인상을 속속들이 보여 줘야하는 준비된 우리들의 손님에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정식으로 차분히 생각해야한다.
인사법에 대해 길을 가르쳐 주는 일에 대해 원하는 목적지를 안내하는 일에 대해 물건을 파는 일에 대해 식사를 대접하는 일에 대해 모든 국민은 지금 과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숙제에 대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일이며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모든 국민은 그 숙제의 공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10년도 더 전에 올림픽을 치른 나라라고 해서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10년이 넘었으므로 국민성이 더 성숙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중요한 것은 한국의 진면목을 보다 선명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시점에서 우리는 모두 내가 월드컵의 주인이라는 각오를 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어쩌면 이런 친절한 나라에서 어쩌면 이런 정직한 나라에서 아파트가 무너졌으며 다리가 무너졌냐고 놀라워하게 해야하는 그런 기회인 것이다. 지금 눈에 뜨이는 것은 경제 월드컵만 화끈하게 달아올라 있는지 모른다. 돈만 벌자고 보면 모든 것을 잃는다. 돈만 벌고 나라의 정신을 잃으면 번 돈으로 잃은 나라를 살 수 있겠는가.
겨우 IMF를 졸업해서 홀로서기를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그러나 돈만 빚이 아니다. 우리가 잃은 망신과 국제적 위상 추락은 돈보다 더 빚을 갚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것은 후손들이 대대로 갚아야 하므로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들리는 소식에 월드컵 손님에게 숙식제공으로 사찰이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미 80여곳이 준비를 하고 있으며 반응이 좋으면 800곳쯤으로 늘인다는 소식이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짧은 기간에 한국을 알리는 소중한 문화 체험의 장이 되지 않겠는가. 공기 좋은 산사에서 예를 갖춘 차 한잔으로 마음을 맑히고 서툰 참선으로 한국을 이해하는 문화체험을 하게 된다면 한가지 아이디어로 다양한 복합 이득을 보게 되는 일이다사찰이 문을 열었다면 우리도 하면서 문을 열 좋은 숙박제공이 있을 법하다. 월드컵을 맡은 기관은 더욱 작은 일에까지 직접 손으로 손 볼 것을 살펴야겠지만 이번 월드컵은 축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치 문화 경제 모든 것에 연관된 바로 우리의 정신회복의 길로 잡아야 하므로 모든 국민이 주인이 될 필요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시인.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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