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한 남자 이야기

얼마 전 자원봉사 받기를 원하는 수요자들을 만나는 날, 한 사람을 만났다. 수요자들은 집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비록 건강상태나 경제적인 상태는 좋지 않지만 대체로 일상생활은 하는 편이고, 의사소통도 원활히 이루어지는 편이다. 건강상태나 장애정도가 심한 경우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집을 방문했을 때 동네사람들의 이야기가 '주인할머니는 어젯밤에 갑자기 숨이 막히는 고통을 호소해 119응급차가 와서 병원으로 갔고, 한번도 보지는 못했지만 아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동네에서 20년 이상 같이 살았는데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문고리가 채워져 있어 설마 하면서 한참을 불러보았다. 한참 후 이상한 소리가 들려 문고리를 열어보았다.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한 남자아이가 엎드려 있었다. 1m 남짓한 키에 손과 발이 자라지를 못해 아기 손과 발 만하고, 앙상한 뼈에다 피부는 까맣게 타들어간 모습이었다. 어둔하지만 말은 알아듣고 나름대로 대답은 했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말만 되뇌이면서. 어떻게 연명했을까? 도저히 인간이라고 보기에는 힘든 사람이었다. 밥도 먹기 싫고, 잠도 잘 수 없었다. 내게는 큰 충격이었다. 이 사실을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알고 있을까? 물론 알고 있었겠지만 아마도 나와 같이 어쩔 수 없는 사실에 막막해 하지 않았을까. 사실 이 정도라면 사회복지시설에서도 꺼릴 것이다.

어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아주 어릴 적에 치료하기 어려운 병에 걸려 이후 혼자서 돌보아왔다는 것이다. 나이는 37세이고 거의 30년 이상을 누워서 지냈다는 것이다. 오른 팔만 움직일 수 있고, 다른 부분은 전혀 움직이지 못한다고 했다. 어머니께서는 당신께서 계속 보살필 수 없기 때문에 사회복지시설에 보내긴 해야하지만 아쉬워서 어떻게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름 휴가철 그렇게도 차가 막히는데도 모두들 산으로 바다로 휴가를 떠나는 요즘 필자는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가톨릭상지대학 사회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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