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 5일 근무제 도입 논란

지난달말 김대중 대통령이 주5일근무제의 조기도입을 공식언급, 노동시간단축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재계와 노동계간에 '쉬는날'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재계는 현재의 공휴일과 휴가제도를 그대로 둔 채 토요일까지 쉬는 주5일근무제를 도입할 경우, 세계에서 가장 많은 휴일을 가진 국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현재 법적으로 정해진 휴가도 다 못가고 있다며 세계 최소 휴일국가에서 벗어날 기회라고 반박하고 있다.

◇재계의 주장-이틀에 한번 쉬는 나라

대한상의는 지난 5일 '주5일근무제와 휴일수 국제비교'라는 자료를 내고 현행 연·월차 휴가와 노사 합의 약정휴가 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휴일수는 165~175일에 이른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이와 관련, 법정휴일(주휴일 104일·법정공휴일 17일·월차휴가 12일·연차휴가 10~20일·생리휴가 12일) 문제만 주5일제 근무와 관련해 논의가 됐으나 우리 기업들은 경조사휴가 등 4일, 회사창립일·노조창립일 휴무 각 1일, 하계특별휴가 4일 등 평균 10일간의 약정휴가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휴일수에 포함시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정휴가 155∼165일(남성근로자 143~153일)에다 기업이 관행적으로 부여하는 경조사휴가, 회사·노조창립일 휴무, 여름휴가 등 평균 10일간의 약정휴가를 더할 경우 연간 휴일수가 175일까지 늘어난다는 논리다.

상의는 연·월차 및 생리휴가를 폐지하더라도 주5일 근무시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휴일수는 연간 141~151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의는 현행 휴가제도의 손질없는 주5일근무제가 현실화되면 한국이 세계 최다 휴일국가로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의가 주장하는 이같은 휴일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휴가를 보장하고 있는 프랑스(145일)나 미국(138일)보다 더 많은 수치.

대한상의는 또 휴일수가 우리보다 소득이 1.5배 많은 대만의 130일 수준을 넘어서면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분석하고 주5일근무제를 하려면 약정휴가를 연차휴가 내에서 사용토록 하는 등 휴가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이와함께 토요일에 격주휴무 또는 휴무를 하는 기업은 35.4%에 불과하고 이들 기업 대다수는 토요휴무를 연월차 사용 등으로 처리해 조건없이 토요휴무를 하는 기업은 전체의 4.5%에 불과하다며 휴일·휴가제도의 개선 없이 주5일제 근무를 도입하면 연월차수당 지급 증가 등 상당한 인건비 부담이 초래된다고 밝혔다.

대구상의 한 관계자는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기계부품은 일본에, 섬유는 중국에 갈수록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주5일근무제까지 도입되면 샌드위치 마크에 빠져들 것"이라며 "다른 지역과 달리 최악의 불황에 빠져 있는 대구·경북지역은 더욱 타격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현재 인력보다 30%정도 많은 인원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며 "지역 상공인들의 뜻을 결집, 대한상의와 경총 등을 통해 경영자들의 어려움을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의 반박-휴일은 그림의 떡

노동계는 대한상의의 자료에 허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노사간 단체협상을 통해 합의하는 약정휴가(10일)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으로 대한상의가 산정했지만 이는 외국에서도 시행하고 있으며, 기간이 우리나라보다 외국이 더 긴 경우도 많다는 것이 노동계의 논리다.

미국에서도 가족사망·교육·질병 등의 약정휴가가 30일까지 가능하며 공식 연차휴가가 각각 5주, 4주인 프랑스와 독일은 보통 단협을 통해 각각 1주, 2주의 약정휴가를 더 줘 실제 연차휴가는 6주가 된다는 것. 게다가 대다수 기독교권 국가에서는 크리스마스 때부터 새해 첫날 사이에 낀 7일을 약정휴가로 주고 있다.

노동부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선진국에 비해 정해진 휴일·휴가 일수가 연간 30~40일 정도 적은 것은 물론 그나마 정해진 휴일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휴일·휴가일수는 주휴일 52일과 공휴일 17일, 월차휴가 12일, 연차휴가 10~20일 등으로 모두 합치면 91∼101일 수준.

미국의 경우 주휴일이 104일, 공휴일이 10일, 연차휴가가 보통 24일이어서 총휴가 일수가 138일로 우리나라보다 40여일 많다. 이웃 일본도 주휴일 104일, 공휴일 15일, 연차휴가 10∼20일 등으로 총 휴가일수는 129∼139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영국이 132∼137일, 독일이 140일, 프랑스가 145일 등이다.

실제 휴일·휴가사용 일수를 보면 한국은 78.8일로 미국(126일), 일본(132일), 영국(136일), 독일(144일), 프랑스(139일) 등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어진 휴일·휴가가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것은 통상 여름이나 겨울에 휴가를 일주일 정도 다녀오는 것 외에는 별도로 휴가를 가지 않는 우리나라의 직장문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휴일·휴가 일수는 현재 선진국에 비해 30∼40여일이 적지만 주5일근무제가 도입되면 주휴일 52일이 늘어나 우리나라 휴가·휴일 일수는 선진국수준을 조금 웃도는 143∼153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사정위원회에서 주5일근무제 도입과 관련해 연월차 휴가를 축소하는 문제가 핵심쟁점으로 다뤄지고 있어 전체 휴가·휴일 일수가 선진국 수준을 넘어서지는 않을 전망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는 비정규직 가운데는 1년 미만근속으로 연차휴가(12일) 자체를 못받는 경우가 많은데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명절을 제외한 공휴일(11일)조차 제대로 쓰지 못한다"며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연간 2400시간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으며 정해진 휴일을 다 쓰는 외국의 사례와 단순 비교해서는 곤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각국의 휴일·휴가제도 및 휴가사용일수

한국(주5일

구 분한국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대만제도도입,현행

제도존치시)

주휴일5210410410410410478104

공휴일171015812112217

월차휴가12------12

연차휴가10~20+2410~2020~2524307~3010~20+(단협)(단협)

계91~101+138129~139132~137140145107~130143~153+

실제78.8126132136144139

사용일수(98년)(95년)(97년)(96년)(96년)(92년)

자료:①일본노동연구기구, '데이터북 국제노동비교' 1999

②노동부, '근로시간, 휴일·휴가제도 실태조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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