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랑 할머니들이 리어카를 끌고 이 골목 저 골목 돌아 다니다 보니 넝마주이로 오인 받기 십상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마을인 구미 상모동 사곡노인회 할머니 회원 70여명은 5, 6명씩 조를 짜 매일 아침나절이면 어김없이 리어카를 끌며 동네를 한바퀴 돈다. 마을 사람들이 밤 사이 집 앞에 내 놓은 고물을 모으려는 것. 대부분 칠순을 넘긴 할머니들은 아침 해가 뜰 때까지 고물을 분류하기 일쑤이다.
작년 한해 동안 폐품을 팔아 모은 돈은 800여만원. 올해도 지난 달까지 400여만원을 벌었다. 맥주병 1개에 30원, 소주병은 15원, 종이 상자는 kg당 1천원…. 김순이(72) 할머니는 "작년에는 이 돈으로 홀로 사시는 할머니 입원비 60만원, 위로금 70만원, 보육원 성금 20만원, 소년.소녀 가장 30만원, 수재 의연금 20만원 등 400여만원을 냈다"며 긍지를 보였다.
올해도 작년 처럼 수익금의 반을 뚝 짤라 내놓을 작정. 선행이 알려져 대한노인회장.경북지사 등으로부터 20여 차례나 상을 받기도 했다.
김경연(76) 할머니는 "처음에는 할머니들이 동네를 기웃대다 넝마주이로 오인돼 냉대도 받았으나 이젠 모두들 이해한다"며 웃었다. 폐품수집은 벌써 4년째. 이 일을 하고부터는 허구한 날 모여 앉아 하던 며느리 험담, 화투 치다 벌이는 싸움 같은 것도 없어졌다.
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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