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누드 모델은 '중노동'

'불후의 걸작 뒤에는 뛰어난 모델이 있었다?'

미술사에 자주 나오는 얘기다. 고야나 피카소는 연인을 통해 영감을 자극받았고, 그녀들의 빛나는 육체를 미술사의 걸작으로 옮겨 놓았다.

이때문인지 흔히 작가와 모델의 관계가 어떠한지 궁금해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둘의 관계는 상당히 사무적이다. 화가는 시간에 쫓기며 붓질을 하고, 모델은 포즈만 취할 뿐이다. 시간당 4만원 안팎의 모델료는 가난한 화가들에게 적은 돈이 아니다. 사진촬영까지 하면 시간당 20만원은 줘야한다.

몇몇 천재 화가들과 모델간의 일화를 귀 따갑게 들어왔던 세인들이 잘못 갖고 있는 편견인 셈이다.

직업 모델들은 이를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다. 모델들은 프로의식을 갖지 않고서는 하기 힘든 직업이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30분동안 어려운 자세를 잡았다가 10분 쉬고, 이를 다시 반복하는 것은 중노동"이라고 말한다. 이들중 상당수는 조깅, 수영 등을 통해 체력을 다지고 있다.

대구의 직업모델은 7,8명 정도로, 미술대학에 전속돼 있거나 프리랜서로 뛴다. 1년 수입은 2천∼3천만원선.

나이는 3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로 좀 많은 편이다. 사진 모델은 날씬해야 하지만, 그림 모델은 몸매, 나이와는 큰 상관이 없다. 마르거나 살쪘거나 그 나름의 선(線)이 있고, 작가의 조작(?)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델생활 9년째인 김모(36)씨는 "대구 모델들의 나이가 많다는 불평이 있지만 어쩔수 없다"면서 "요즘 20대 모델들은 며칠 하다 힘들다며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직업모델 대신 아마추어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드문 편이다. 사회통념상 알몸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맘에 드는 모델을 구하기 힘들다는게 작가들의 얘기다. 단지 모델의 몸매가 뛰어나다고 작가의 맘에 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몸매보다는 개성적인 분위기와 그 내면의 독특한 정서가 훨씬 중요하다.

한 작가는 "몇년전 20대 여성에게 몇달간 사정한 끝에 모델로 세웠지만, 속옷을 벗지 않겠다고 고집해 결국 그냥 그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뛰어난 누드 작품이 나올리 있겠는가"며 쓴웃음을 지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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