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프로들도 힘든 '옵션시장'

'대박'의 꿈을 안은 개인투자자들의 주가지수 옵션시장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특히 지난 8일 사상 최악의 주문착오 사건으로 옵션시장에서 740배의 대박이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옵션시장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개인투자자들의 참여 열기 때문에 지난 97년 7월 개장된 한국의 옵션시장은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며 거래규모 면에서 99년부터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옵션시장 세계 1위는 바람직한 기록은 아닌 듯하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세계 최고인 점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올해 6월말 현재 국내 옵션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6.2%나 된다.

전문지식과 자금력, 투자정보에서 열세인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하기에는 너무도 위험하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이 대부분 매매를 전담하는 외국과 대조를 이룬다.

국내 옵션 시장은 유별난 변동성 때문에 투기의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너도나도 옵션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현물시장과 달리 지수가 하락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데다 잘만 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옵션은 그러나 누군가가 돈을 번 만큼 손해보는 사람이 나오게 돼 있는 철저한 '제로섬'(Zero Sum) 게임이다. 지난 8일 주문 착오 사건에서도 740배 '대박'의 뒤편에는 740배 손실이 있었다. 또 수익과 손실이 당일 정산되어 계좌에 입.출금되기 때문에 손절매에 능숙하지 못한 개인투자자들로서는 엄청난 손실을 단기간에 볼 수 있다.

실제로 극소수인 프로급 투자자를 제외한 대다수 개인투자자들은 옵션시장에서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초기에는 돈을 좀 벌다가도 결국 다 털려서 패가망신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비일비재하다.

옵션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가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상대가 될 수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 옵션시장에서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국제적 '꾼'들이 활동하고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선물.옵션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빠져나와야 한국 증시가 산다"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을 펴는 이들도 있다.

외국인을 비롯한 선도세력들은 현물 주식시장보다 규모가 커진 선물.옵션시장에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지수 대형주를 집중 매매하는 기법으로 종합주가지수를 관리해 선물.옵션시장 개인투자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보증권 최병희 대구서지점장은 "주식보다는 선물이, 선물보다는 옵션이 훨씬 전문적인 투자기법을 요구하고 리스크가 큰 데도 국내에서는 주식시장에서 실패한 개인투자자들이 선물.옵션시장으로 옮겨 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옵션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려 현물 주식시장에서의 손실을 단번에 만회하고자 하는 한탕주의 심리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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