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어우러진 고대유적-자연생태
멕시코 고대세계의 탐색을 위해서는 멕시코시티의 국립인류학박물관과 깡꾼의 시까레 테마파크를 꼭 가봐야만 한다. 전자가 멕시코 전역의 고대 고고학 문화유산이 집결된 보고라면 후자는 마야 볼게임과 제사의례 등 민속공연을 체험할 수 있는 생태민속공원인 것이다.
1960년대 민족의 정체성 확립을 목적으로 세워진 멕시코 인류학박물관은 우수한 전시설계와 풍부한 멕시코 고대 유산으로 명망있는 세계적인 박물관이다. 2층으로 된 박물관에 전시실은 □ 자 모양으로 배치되었는데, 멕시코 전국을 6, 7개 지역으로 구분, 1층은 고고학자료, 2층은 민속자료를 전시하였다.
◈민속촌.고대 구기장 갖춰져
1층의 전시실은 떼오띠와깐, 아즈떼까, 마야, 와하까 등 우리가 둘러 본 고대유적과 관련된 유물이 전시되었다. 답사 마지막 날 하루 종일 바쁘게 서둘러 보았지만, 워낙 유물이 많아 전부를 제대로 보지 못하였다. 고대 마야 캘린더라 할 수 있는 태양석과, 복원된 떼오띠와깐의 께살꼬아뜰 신전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유명한 빨렝께의 빠깔왕 무덤과 부장품은 전시실 공사로 아쉽게도 구경할 수 없었다. 씨까레(X-caret)는 해안 들목(sea inlet)을 뜻하는 말로 깡꾼 최대의 테마파크이다. 공원 안에 동굴, 계곡, 해안의 원래 모습과 함께 고대마야의 항구유적지가 보존되어 있다. 그러한 생태와 유적 공간에 수족관, 민속촌, 민속공연장, 고대 구기장 등이 골고루 갖추어져 문화역사, 자연생태의 체험관광에 더 없이 좋은 명소이다.
유적의 텅빈 구기장에서 상상만 했던 고대 마야인의 구기시합, 밤하늘에 장대에 거꾸로 매달려 공중 회전을 하는 민속춤, 전통악기 리듬 속에 격렬한 마야 댄스 축제 등이 우리를 즐겁게 하였다. 그러한 씨까레 입구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것은 마야의 여러 도시 유적의 축소모형을 전시한 박물관이다. 그 사이를 거인처럼 어슬렁거리며 관람하면서 주마간산격으로 답사한 마야의 도시들을 기억에 되살릴 수 있었다.
◈격렬한 마야 댄스 축제
우리 답사팀이 멕시코시티 서부에서 카리브해 연안의 세계최대의 휴양도시 깡꾼에 이르기까지 2주 남짓 걸쳐 둘러본 고대도시 유적은 무려 20여 곳. 각각 다른 입지환경, 평면구조와 시설을 갖추었음에도 우리의 기억에 그들 도시유적은 비슷비슷한 모습이었다.
처음 답사한 멕시코 최대 최고의 고대도시 떼오띠와깐은 멕시코시티 근교의 고원지대의 북쪽에 나지막한 산을 둔 너른 벌판에 그 터를 두고 있다. 멕시코 서남부 와하까지역의 몬떼알반은 비고 300여m의 산 정상에 조성된 도시이다. 몬떼알반에서는 주변의 계곡이 발 아래 한눈에 들어 오고, 산 아래 저지대에서 올려 보면 산상의 도시가 거대한 실루엣으로 다가 선다. 그런가 하면 야굴 도시유적은 계곡 사이의 나지막한 구릉 비탈면을 의지하고 들어서 있다.
빠깔 왕의 무덤으로 유명한 치아빠스주 빨렝께는 열대 삼림에 덮인 구릉 사면, 유까탄 반도 최대급의 마야도시 치첸잇사는 지평선만 조망되는 평원 한가운데에 있다. 유카탄 반도 동쪽 뚤룸 유적은 해안가의 나지막한 절벽 위의 단구상에, 그리고 꾜슈멜 유적은 바로 해안 마주 보는 섬에 위치한다. 빨렝께와 치첸잇사 등 내륙의 도시가 육상교통의 거점에 있다 하면 뚤룸과 꾜슈멜은 유카탄 서부와 동부를 연결하는 교통상의 요충지점에 있는 것이다. 도시라 하면 여러 교통, 정치, 행정 등은 물론 경제적 중심 기능이 강조됨은 물론이다. 그것을 입증할 고고학적 증거는 시장 유적이며, 현대의 백화점과 같은 시설과 규모의 고대제국의 수도 로마의 뜨라얀 시장은 유명하다. 우리가 둘러 본 고대 멕시코 도시 중에서 시장 유적으로 소개된 곳은 치첸잇사에서만 확인되었을 뿐이다. 전사들의 신전과 ㄱ자 모양의 기둥회랑으로 연결된 한 쪽에 역시 기둥회랑으로 둘러싸인 시장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다른 도시에서는 신전에 면한 광장에 시장이 섰던 것처럼 보인다.
◈신전은 도시의 중추시설
시장시설이 빈약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동양권에서는 볼 수 없는 체육시설, 구기장은 야굴에서부터 몬떼알반, 빨렝께, 우슈말, 치첸잇사 등등 고대 멕시코 도시유적에서 거의 빠짐없이 시설되어 있었다. 장방형 공간 좌우에 경사면이 조성된 구기장은 그 안에 몸과 엉덩이를 이용한 공차기 시합을 벌여 이긴 팀의 주장을 희생물로 삼는 의식과 관련되어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한 점에서 그리스 로마의 고대도시마다 조성된 검투사, 전차 경기장과 다르며, 그렇기 때문에 관중좌석 시설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 부여, 경주 등의 고대도시는 바둑판식으로 구획된 공간에 도로와 건물을 시설한 조방제를 택하고 있다. 조방제는 중국의 천자가 통치하는 도성체제를 근거로 한 것으로 얼핏 이와 비슷한 도시구조를 떼오띠와깐에서 볼 수 있다. 우리네의 주작대로처럼 남북으로 길게 뻗은 죽음의 도로가 도시의 축을 이루고 있는데, 북쪽 끝에 궁정 대신 신전이 자리잡은 것이 우리와 다르다. 별처럼 많았다고 하는 경주의 절처럼 멕시코 고대도시 어느 곳에서나 신전이 많다. 도시 최대 건축물이 이집트에서는 기자의 파라오 무덤이지만, 멕시코에서는 떼오띠와깐의 태양 신전이다. 우슈말과 치첸잇사의 도시 한가운데에 높다란 피라밋 신전이 있고, 몬떼알반에서는 수백m 길이의 광장 둘레를 돌아가며 남북과 구릉선 양측에 온통 신전이다. 빨렝께의 빠깔왕 무덤이 신전 내부에 조성되는 예외가 있지만, 왕릉은 멕시코에서는 거의 축조되지 않았으며, 우리 신라와 왕도 경주 한복판에 왕릉군이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신전은 세계 각지의 모든 고대 문명 도시에서 도시의 가장 중심된 중추시설로 받들고 있다. 인류 역사상 문명 탄생 이전부터 존재하였으며, 메소포타미아에서도 고대 멕시코의 신전처럼 피라밋 모양의 성탑(지구렛)이 조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을이 형성되고 농사의 풍요, 재해의 방지 등을 바라는 등의 기원이 절실할수록, 그 구성원의 결속력을 다지면서 신전은 더욱 커지고, 중시된다. 마을이 읍락이 되고, 도시로 발전하면서 신전과 그와 관련된 시설 또한 확장된다. 세계의 고대도시가 다 그러하지만 고대 멕시코의 도시는 더욱 신들을 위한 도시로서 발달하였다. 신전을 중심으로 한 정치, 신전을 중심으로 한 경제, 신전을 중심으로 한 도시플랜이 멕시코의 수많은 고대도시의 공통된 특징인 것이다.
우리나라 천년의 고대도시 경주 한복판에 거대한 왕릉이 군을 이루어 조성된 것과 대조가 된다. 고대 멕시코 도시가 신들을 위한 도시라면 경주는 죽은 자를 위한 도시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경주 역시 5세기 마립간 시대에서 6세기 왕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곳곳에 불교사찰이 세워진다. 따지고 보면 세계의 고대도시는 동서양 가릴 것 없이 온통 신들을 위한 도시인 셈이다.
글 이청규(영남대교수)
사진 최종만(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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