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경매시장 과열 주의보

대구 경매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투자 매력을 상실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대구지방법원 경매계에 나온 경매물건의 상당수는 일반 거래가보다 높거나 비슷한 선에서 낙찰되고 있다.

갈수록 경매물건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응찰자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 연초 1회당 100여건을 유지하던 대구지법 경매물량은 최근 신건(新件)~3차분을 합해 40여건으로 급감했다. 종전 한번 경매에 신건만 50여건씩 쏟아졌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과열 부작용 현장=경매에 대한 기본 지식도 없는 초보자들이 경매시장에 뛰어들면서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

초보자들은 권리분석과 현지조사를 통해 시세나 주변 여건 등을 세밀히 관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의 얘기만 믿고 무턱대고 응찰, 비싼 가격을 적어냈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달 3일 대구지법 경매법정에서는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황금주공아파트 10평짜리가 4천535만원을 써낸 사람에게 돌아갔다. 이 아파트의 감정가는 3천800만원. 경매에서 감정가보다 싸게 사기는 커녕 19% 비싸게 산 꼴이다. 이 낙찰가는 현재 부동산중개업소에서 거래되는 시세 4천400만원선보다도 비싼 금액이다.

이달초 법원 경매에 부쳐져 감정가 2억2천629만원의 88%선인 2억110만원에 낙찰된 주택도 각종 경비와 명도비 등을 감안하면 일반시세보다 비싸게 주고 산 것이 된다.

전세 입주자에게 물어줄 전세금은 생각하지 않고 응찰가를 써내는 경우도 더러 있다. 감정가 2억원에 전세금이 1억원 있어 7천만~8천만원에서 경쟁이 이뤄지는 분위기에서 초보자가 나서 1억3천만원에 덜렁 낙찰받아 간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사실상 2억3천만원에 사는 셈이다.

'감정가'란 법원이 경매에 넘어온 부동산 가치를 평가법인 등 전문기관에 의뢰, 사전에 평가한 금액을 말하고 '낙찰가율(낙찰가/감정가)'이란 이 감정가를 100으로 볼 때 과연 얼마에 낙찰됐는지를 따져보는 비율.

매물에 따라 다르겠지만 낙찰가율이 아파트 85%, 일반주택 75%, 다가구.연립주택 60%, 근린시설 70%를 넘기면 수익성이 없으며 명도비, 수수료, 일반 매매 때와 달리 낙찰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취득세와 등록세액을 감안해 판단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물건 급감 배경=경매물건이 급감한 것은 IMF 이후 금융기관들이 담보 부동산에 대해 과다 대출을 자제하는 등 부실채권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들어 부동산 경기가 약간 호전되면서 집주인들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갖고 있으면서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것도 원인. 낮아진 대출금리를 이용, 돈을 꾸어 급한 불을 끄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경매 물건은 줄어들고 있다.

▲경매, 꼭 하려면=법원에 나오는 경매 물건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전문 변호사를 두고 있는 법무법인 등에 의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찰 전 권리분석에서부터 현장조사, 물건 가치평가 등을 바탕으로 정확한 응찰가를 뽑아내고 낙찰후 명도까지 일체의 법무서비스를 해주기 때문이다.

경매물건에 대해 응찰할 생각이라면 현장조사를 통해 △임대수요가 얼마나 있는지 △리모델링을 한다면 비용이 얼마나 더 들며 △주변의 시세는 어떻게 되는지 △주변 상권은 어떤지 △교통여건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금융 상품에 투자하듯 시간비용, 금리와 수익을 세세히 비교해 볼 필요도 있다.경매에 나온 물건을 재빨리 정확하게 분석한 다음에는 첫판에 승부를 걸 것인지, 한두번 유찰을 기다릴 것인지, 수익률을 얼마로 잡을 것인지도 반드시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법정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호흡과 판단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제 법원 경매에서 부동산을 취득, 차익을 남기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 걸 명심할 필요가 있다. 좋은 물건이 줄어든 것도 이유지만 전세난에 쫓긴 실수요자까지 경매시장에 몰리면서 아파트와 주택 등은 낙찰가률이 높아질대로 높아져 경매물건에 대한 권리확보에까지 드는 각종 수수료를 감안하면 수익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북법무법인 백원규 소장은 "경매가 돈이 된다는 인식 아래 '묻지마' 응찰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물건에 대한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권리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경매에 응했다가 계약금만 날리고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상태"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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