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섬 독도 경비대원들의 친구 삽살이가 화났다. 환경부가 독도 생태계를 어지럽힌다고 추방을 요구했기 때문.
환경부가 문제 삼고 나오자 독도를 관할하는 경찰 울릉경비대가 13일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으나, 환경부 보고를 못믿겠다는 분위기다. 지난 7월25일 단 8시간 독도에 머물며 생태 조사를 벌여 "삽살이 7마리가 섬을 돌아다니며 새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날 발견된 바다제비.괭이갈매기 100마리의 사체도 삽살개 소행으로 보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
장기간 현지에서 근무한 경비대원들의 증언은 환경부 관찰과는 상반되고 있다. 울릉경비대장 박정호 경감이 대원들을 상대로 조사해 본 결과, 삽살이가 그런 행패를 부리는 것을 본 사람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인환 독도경비대장(경위)도 "괭이갈매기들은 생존 경쟁에서 지거나 돌풍 등에 영향 받아 자연사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벼랑 끝에 집을 지어 살기 때문에 사람조차 접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기어코 문제로 삼는다면 7마리 중 4마리는 울릉도로 보내고, 3마리는 독도에서 묶어 키우겠다"고 말했다. 경비대원들이 외로움을 달래 줄 친구들을 까딱하면 잃게 될 상황이기 때문. 최근 울릉도로 교대해 온 박성훈(21) 일경은 "삽살이 가족들은 경비대원들이 다니는 돌계단으로만 돌아 다닐 뿐"이라며 "동작 둔한 삽살이가 새를 잡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생태계 파괴의 누명을 꼭 벗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독도 삽살이는 1998년에 삽살개 보존회가 암수 한쌍을 기증, 지금은 10마리로 늘어 독도에 7마리, 울릉 해안초소에 3마리가 배치돼 경비대원들의 친구가 되고 있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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