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내년 지방선거는 핏발선 중앙정치의 난타전으로 얼룩지고 말 것 같다. 지금 돌아가고 있는 정치권의 풍향에서 그럴 징후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바로대선 때문이다. 사사건건 각을 세우며 독기를 뿜어대는 여야는 벌써부터 내년 6월 지방선거를 12월 대선의 전초전으로 끌어들이려는 궁리에 몰두하고 있다는 소식이니 말이다.
여당의 유력한 대권주자가 줄기차게 지방선거전 대선후보의 확정을 떠드는 것도 그 하나다. 그 의도야 말할 것도 없이, 지방선거를 명분으로 삼아 여당내 후보군 역학구도를 자신에 유리하도록 몰아가고, 전국의 지방선거 현장을 휘저어 다니며 그 여세를 대선까지 이어 가겠다는 계산이다. 그래서 그들은 입만 열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대통령 선거는 해보나 마나'라고 잔뜩 바람을 잡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어떤 모양으로 굴러갈 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인 것이다.야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한나라당 역시 벌써부터 지방선거 후보는 대선에 기여할 인사로 공천하겠다고 흘리고 있다. 무엇보다 당에 대한 충성도를 제일의 기준으로삼겠다는 것이다. 당내 비주류들은 지방선거에서부터 확실하게 이회창 총재의 '심복'을 박아놓겠다는 소리로 풀이하는 것 같다.
지방선거가 대선의 '시다바리'가
그런 시각에서 문희갑 대구시장과 이의근 경북지사의 재공천을 회의적으로 보는 견해가 한나라당내에 꽤 있는 모양이다. 무슨 뜻인가. 들리는 말로는 두 사람 모두 이번 출마가 마지막(연임제한)이기 때문에 연말 대선까지 '공천 약발'이 가겠느냐는 계산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을 그럴 인사라면 누구를 내세워도 대구 경북(단체장)은 떼어논 당상이라는 자만심을 깔고 나오는 후보 교체설이다. 참으로 걱정스럽고 한심한 얘기들이다. 4년만에 돌아오는 지방선거를 오로지 대권욕의 제물로 삼겠다는 발상이 아닌가. 그렇게 가면 애시당초 지방자치의 꽃을 피울 선거 축제는 물건너 간 거나 다름없다. 거기에 무슨 지방의 앞날을 내다 볼 인물과 정책 대결이 끼어들 여지가 있겠는가.
그리고 충성도라니?. 그러잖아도 한국 경제의 몰락에는 후진적 패거리 정치가 크게 작용했다는 비판이 무성한 터에 여전히 그 낡은 '보스 정치'로가겠다는 것인가. 소속 정당에 대한 충성이 꼭히 나쁜 것은 아니지만, 조직과 의사결정 과정이 덜 민주화하고, 보스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우리의 정당 현실에서, 그 결과는 특정 인맥과 파벌을 향한 줄서기나 눈도장찍기 행렬만 부추기지 않겠는가. 결국은 주민에 충성하는 민선단체장이 아니라 중앙에 예속한 '시다바리'형의 주민대표만 양산하는 꼴일 것이다.충성도가 공천 잣대 돼서는 안된다
여야는 아무리 정권 창출이 존재 이유이고, 사상 처음으로 대선과 지방선거가 한 해에 치러지는 시기적 연계성을 놓치기 싫더라도, 내년 자치단체장선거는온전하게 지방의 몫으로 담보해 주어야 한다. 굳이 대선과 연계하겠다면, 비전과 실행력이 탁월한 인물, 주민의 신뢰가 큰 인물을 공천함으로써 자연스레 소속 정당의 인기가 올라가고 그 인기가 대선에도 영향을 끼치도록 하는 수순에 그쳐야 할 것이다.더욱이 이 지역을 텃밭이라고 주장하는 한나라당은 문 시장과 이 지사의 재공천 여부도 그런 기준에서 판단해야 하리라 본다. 두 사람이 두번의 재임동안 대구와경북의 삶의 질이 높아졌는 지, 공약한 정책들은 제대로 챙겼는 지, 3선에 대한 주민 반응은 어떠한 지를 놓고 공천 여부를 결정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않고 단지 대선의 유·불리만 재고, 이 총재에 대한 충성도만을 따지고 난다면 대구시민이나 경북도민이 온당한 공천이라고 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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