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기는 엄마젖 먹으며 정서 키워요"

"아기에게 사랑의 젖을 먹입시다".20년 전까지만 해도 버스안이나 공원, 역 대합실, 거리에서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젖을 먹이는 광경은 흘러간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련해지고 말았다.

▲갈수록 낮아지는 모유 수유율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2000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의 모유 수유율은 10.2%에 불과하다. 지난 85년 59%, 88년 48.1%, 94년 11.4%, 97년 14.1%에 비해 크게 떨어진 수치이다. 모유수유 권장운동을 거친 선진국은 훨씬 높다. 노르웨이가 95%, 유럽의 다른 국가들도 80% 이상이며 일본, 미국 등도 50%대를 넘는다.

반면 모유와 분유를 번갈아 먹이는 혼합 수유율은 지난해 65%로 85년 25.3%, 88년 33.9%, 94년 27.9%, 97년 33.4%로 매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유 수유율이 떨어지는 원인에 대해 여성들의 늘어나는 사회참여, 그리고 모유 수유가 몸매를 망친다는 등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인식은 교육수준이 높은 여성일수록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모유 수유율을 교육수준별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중학교 학력 이하는 19.8%로 비교적 높았으나 고등학교 학력은 11.3%, 대학 이상 학력은 7.7%로 나타났다.

모유를 수유하지 않거나 중단한 이유는 '모유량이 부족하거나 안나와서'가 49.3%로 가장 높았고 '젖을 뗄 시기가 되어서'가 13.4%, '엄마의 건강상 이유'가 9.3%, '아기의 건강상 이유'가 8.6%, '취업 때문에'가 8.1%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왜 모유가 좋은가

다행히 국내에서도 모유 먹이기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대한가족보건복지협의회, 대한간호사협회, 일부 병원 등이 적극적인 모유 수유 홍보활동을 펴고 있다.

모유는 아기가 태어나 4~6개월 동안 필요한 모든 영양소와 정서적 안정을 가져다 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타우린, 항암성분, O-157균 억제 등 각국에서 모유의 새로운 성분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강한 면역성분이 함유돼 모유를 먹은 아기들은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등 상대적으로 건강하다. 설사·소화장애·호흡기감염·알레르기 등에 걸릴 확률도 분유 먹는 아기보다 낮다. 모유를 먹은 아기들의 지능지수가 분유 먹은 아기보다 8정도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같은 이유 등으로 미국소아과학회는 생후 1년까지 모유를 먹일 것을 권장하고 있다.

대구제일병원 황순구 원장은 "모유의 생물학적 요소도 소중하지만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것 자체가 아기의 인격형성과 정서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모유를 먹이려면

모유를 먹이는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라 실패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주부 오모(29·대구시 서구 비산동)씨는 "모유가 아기에게 좋고 분유값도 비싸 모유를 먹이려 했는데 아기가 젖을 빨지 않아 결국 분유를 먹이게 됐다"고 한다.

유두가 함몰됐거나 젖몸살 등을 이유로 포기하는 엄마들도 많다. 전문가들은 의지와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출산을 며칠 앞두고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수유에 대비해 유방마사지를 하거나 함몰유두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두어야 한다.

혼합 수유는 바람직하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유를 먹이는 횟수가 잦고 나중엔 모유가 말라서 분유만 먹일 수 밖에 없게 된다. 일종의 용불용설(用不用說)인 셈이다.

또 공공기관이나 백화점, 문화시설 등에 모유를 먹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 모유수유를 권장하는 사회적 관심과 배려도 필요하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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