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보고-울릉도 가뭄.흉어 겹고통

올해는 울릉도 최악의 해인가?주 소득원인 오징어 흉어가 봄부터 계속되는 가운데 장마철을 거치면서도 가뭄까지 겹쳐 농민.어민.상인 할 것 없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육지 물 실어 와야 할 판=섬 주민의 71% 이상이 사는 관문인 울릉읍내 3개 마을 중 도동.저동리 경우 지난달 말부터 하루 5시간씩 제한 급수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울릉에 내린 비는 지난달 경우 예년(100㎜)의 절반에 불과한 50.2㎜. 이번 달 들어서도 겨우 11㎜가 내렸을 뿐이다. 올해 전체 강수량도 546.5㎜로 예년(700㎜)보다 훨씬 적다. 이 때문에 수량이 가장 풍부한 태하천.저동천 두 개 모두가 바닥이 말라 붙었다. 남양.남서천 등 섬의 나머지 7개 소하천들도 마찬가지.

도동 취수원 경우 하루 2천500t을 퍼올려야 하지만 지금 생산량은 2천300t에 불과하다. 1천70여가구 3천여명 주민과 6천여명에 달하는 관광 체류객들을 감안하면 하루 500~600t이 부족해진 것. 울릉읍 전역, 서면 남양.태하마을 등을 합치면 하루 3천500t의 수도물이 공급되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해 1965년 수도물 공급 이후 처음으로 제한급수 되고 있다.

◇농업도 큰 피해=100여개 여관.민박집들이 대형 물탱크를 준비하는 등 물 확보에 난리를 겪는 것은 물론이고, 고지대인 도동1, 2, 3리 70가구 200여명 주민들은 아예 하루 두 차례 소방차 급수를 받고 있다. 또 북면 죽암마을 허영한(45)씨 등 섬 전역의 산나물 성장이 멈췄고, 본천부 마을 취나물.더덕 등 밭작물은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군청 한봉진(41) 토목담당은 "이달 말까지 최소 50㎜ 이상의 비가 와야 위기를 넘길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추산수력소의 바다 방류수를 330억원 들여 끌어 오도록 시설을 갖추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으나 몇년 내에 이뤄질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고 했다.

◇석달 이상 끄는 오징어 흉어=오징어가 안잡혀 답답하던 어민들이 지난 10일에도 혹시나 해서 다시 어선 150여척을 출어시켰으나, 결국 대부분 빈배로 돌아 왔다. 다음날엔 72척이 출어했다가 45척이 빈배로 귀항했고, 나머지 중 27척도 고작 어선 당 600마리 정도밖에 못잡아 기름값도 못건졌다.

20t급 동성호 서동태(46) 선장은 "이번달 들어 바닷물 온도가 예년 비슷한 20℃까지 높아져 어황 회복을 기대했으나 출어 결과는 여전히 허탕"이라고 했다. 울릉수협 올해 위판량은 작년(1천531t)의 12%인 181t에 그치고 있다.

◇계절성 영세민 급증=이렇게 되니 어민들 외에 잡아온 오징어를 가공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조차 생계가 막막해졌다. 오징어 잡이 전진 기지인 저동리 일대 230여개 건조공장 종사자 1천여명중 일부는 대신 막일이라도 찾으려 하나 섬에는 공사장조차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오징어 값까지 형편 없어 어민들이 더 힘들어 하고 있다. 중매인 김길권씨(60)씨는 "기름값은 해마다 오르는데도 물오징어 축당 위판 가격은 10년 전이나 꼭같은 3천∼1만1천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군청 정복석(49) 해양농정과장은 "계절성 영세민이 급증, 구호양곡 지급 등 대책 마련을 실행 중"이라고 했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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