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나는 나룻배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 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한용운 '나룻배와 행인'

시인으로서 한용운은 저항적이다.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것은 절대자에 대한 경외(진리)였을지 몰라도 현실적인 삶은 철저히 역사적이었다. 8.15, 일본 총리의 1급 전범 신사 참배 등으로 동아시아의 정치가 격동치고 있다. 오늘 새삼 역사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 본다.

이 시는 '헌신'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관념적인 의장이 아니라 나룻배라는 구체적인 시적 비유를 통해 헌신, 사랑을 그리고 있다. 공공(公共)에 대한 헌신, 이는 분명 종교를 넘어선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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