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크랭크인에 들어갔던 영화 '나티 프로젝트'의 제작자가 100억원대의 투자금을 거둔 뒤 종적을 감췄다고 한다.
지난 6월말 '대구 시민만 잘 협조하면 대박'이라며 대구시 관계자가 흥분한 지 불과 한 달 보름만에 일어난 일이다. '나티'라는 신섬유를 개발 중이던 아버지의 추락사와 딸의 귀국, 이복동생을 둘러 싼 갈등, 아버지를 따르던 후배,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형사, 그리고 그들이 '나티 프로젝트'의 비밀을 찾아나선다는 줄거리.
애초부터 '나티 프로젝트'는 몇 가지 의문이 있었다. 우선 시놉시스가 3류 만화수준이었다. 또한 '신섬유 개발을 둘러싼 첩보전'이라는 장르도 모호했고, 대구에서 올 로케이션 할 이유도 없었다. ('친구'는 부산에서 자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기 때문에 부산이 촬영장일 수밖에 없고, '신라의 달밤'은 신라의 수도 경주가 주무대일 수밖에 없다) 또한 제작자와 감독 누구도 영화판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축적한 인물이 아니었다. 주요 연기자들도 흥행을 고려한 캐스팅이 아닐 뿐 아니라 심지어 제작자협회에등록도 되지 않았다. 당시 의문을 제기한 필자에게 시 관계자는 핏대를 올리며 '부산에는 '친구'가, 경주에는 '신라의 달밤'이, 대구에는 '나티 프로젝트'가있다. 대구가 '영상산업도시'가 되는 조건이 부산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대구의 국가지원산업, 밀라노 프로젝트로부터 적극 후원받다'라고적힌 '나티 프로젝트'의 1차 보도자료를 건네 주었다.
10월초 크랭크인 예정인 '대통령 만들기'의 연극인 출신 장두이 감독은 '대구를 촬영장소로 시나리오를 완성하였지만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대구시 관계자가 대본만 보았더라도…'라며 안타까워했다. 영화 '나티 프로젝트'에서 한박사역으로 출연키로 했던 박인환씨 또한 처음부터 무언가 찜찜하더라고 했다. '대본이 빈약하고, 지나치게 대구시를 앞세우는 것도 그러하고, 찍는 신도 없는 데 고사에는 꼭 참석해 달라는 간청도 이해가 안되고…'.
필자가 '계약서는 작성했느냐'고 묻자 '구두계약은 했지만 계약금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며 '촬영이 계속된다고 해도 출연하지 않겠다'고말했다. 장상구 형사역을 맡은 영화배우 이상인씨는 '지금까지 촬영은 없었지만 출연하겠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의 말. '대구시가 무슨 잘못이 있는가. 누구든 장소 협조를 요청하면 허가하고 도로통제에 협조할 수밖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무식한 자 힘 가진 것이라든가.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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