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차원의 남북관계 활성화를 위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평양 '8·15 남북 공동행사'가 첫날부터 남측 일부대표단이 헌장탑 참석을 강행해 마찰을 빚는 등 삐걱거린 것은 지극히 실망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남북공동행사'는 북한측이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앞에서의 개·폐막식을 주장해 하루전까지만 해도 성사가 불투명했다. 결국 북한측이 막판에 개·폐막식은 북측 단독으로 하고 남북공동행사는 다른 지역에서 하자고 해서 14일 밤 남쪽 대표단의 방북이 전격 승인됐다.정부는 남쪽 대표단에 헌장탑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고 방북을 승인했던 것. 정부가 헌장탑 앞에서의 행사참석을 불허한 것은 북측의 연방제 통일 공세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은 북한의 통일방안 상징물로 '고려연방제 통일방안' '민족대단결 10대 강령''조국통일 3대원칙' 등 북측의 통일방안을 담고 있다.
우리는 이와관련, 북측이 남측대표단이 도착하자 "기념탑 앞에 평양시민 2만여명이 대기하고 있다"며 기념탑앞 개막식 행사에 참석을 강제한 것은 당초의 남북간 결정사항을 번복한 행위로 신의와 도덕적 차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북한측은 가뜩이나 '6·15 남북공동선언'에 따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남북 당국자간 회담, 금강산 육로관광 협상과 관광특구 지정 등의 약속도 미국의 '방해 책동'을 핑계로 지키고 있지 않은 마당 아닌가. 이처럼 국가간의 신뢰를 파괴한 후 민간 대표단이 설령 헌장탑 개막식에 참석한다고해서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북한 주민용 체제 선전이나 통일전략전술에 일시적인 도움이 될지 몰라도 이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측의 태도도 그렇지만 더욱 문제는 불참석 각서까지 쓰고도 참석을 강행한 통일연대와 민주노총 관계자 등 참석인사들의 태도다. 남북 문제 개선은 감상적인 접근으로 해결될 성격의 것이 아니다. 어렵게 성사된 마당에 대표단 내에 분열과 갈등을 조장해 당초의 참석의미를 희석시키고 또 정부와의 약속을 저버린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각계 원로 115인이 '광복의 날' 성명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극단적 불신과 반목으로 인해 국가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뼈아픈 고언을 하고 있는 이 마당에 북한에까지 가서 '통합'을 해치는 편가르기와 이분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또 이념 논쟁을 촉발해서야 모양새가 말이 아니다. 이런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하며 사태를 명확히 파악한 후 응분의 후속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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