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와이드-120m 지하서 숙식 해결

짙푸른색의 찬란한 빛을 발하는 보석 '탄자니트'가 미국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 보석에 아프리카 탄자니아 광부들의 슬픔과 고뇌가 배어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탄자니아 광부들은 보석 원석을 캐기위해 생명의 위협조차 마다 않고 갱안에서 식사를 하고 잠을 자는 등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근착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 지는 보석광산업자들의 탐욕으로 억압받고 있는 탄자니아 광부들의 실상을 집중 조명했다.

◇지옥같은 작업환경=보석 '탄자니트'가 채굴되고 있는 킬리만자로 산 인근의 탄자니아 북부 메러라니 지역은 두더지처럼 땅속 생활을 강요당하는 광부들이 하루하루를 살얼음 걷듯 위태롭게 살고 있다. 10세 안팎의 소년을 포함, 3만여 명의 광부들은 채굴을 위해 주머니속에 다이너마이트를 넣고 갱 깊숙이 들어가서 폭파작업을 한다. 이들은 폭발지역으로부터 안전한 지대가 아닌 폭발시 파편만을 피할 수 있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피해 늘 갱의 붕괴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갱이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갱을 나오지 못하도록 광산업주들이 작업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광부들은 식사조차도 갱내에서 제공받고 잠도 갱안에서 자야한다. 120m의 습기찬 지하갱이 이들의 작업장이자 휴식처가 되는 셈이다. 지난 1998년 100명 이상이 붕괴사로로 숨졌고 지난 해 가을에는 8명이 갱속에 매몰된 채 구조되지 못했다.

생명을 위협받고 기본적인 인간생활조차 어려운 극도로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이들 광부들은 월급조차 받지 못한다. 이들 광부들은 식사와 쥐꼬리만한 수당을 받을 뿐이다. 이 지역에서 광부로 일하는 15세 소년인 노카는 "1년전 광부로 취업해 100달러(13만원)의 큰 돈을 받았지만 그 이후 한푼도 받지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탄자니아 광산산업은 채굴업자들이 채굴 수익의 80%를 갖는 반면 나머지 20%만을 광부들이 나눠갖는 부당한 수익 분배구조를 갖고 있다.

◇비참한 광산도시=메러라니 지역 주민들 역시 비참한 생활을 하기는 마찬가지. 1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이 지역에는 주택이 수천 가구에 불과하며 대부분 나무밑이나 길거리에서 잠을 잔다. 장티푸스나 콜레라 균이 득실거리는 우물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까닭에 전염병이 창궐하고 여성 대부분은 매춘부로 전락, 에이즈 환자가 주민전체의 60%에 달하고 있다. 심지어 10세 미만의 어린 소녀가 성노예로 팔리기도 한다. 이 지역의 매춘굴은 '영안실'로 통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매춘굴에서 숨져가기 때문이다.

◇탄자니트의 기원=보석 '탄자니트'는 1967년 마사이족에 의해 발견돼 1969년 한 보석회사에 의해 전세계에 소개됐다. 이 보석은 원석이 갈색이지만 공정과정에서 짙푸른 색깔로 변해 지난 2천년간 발견된 보석중 가장 아름다운 보석으로 소개될 정도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탄자니트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탄자니아에서만 생산되며 해마다 300만달러(한화 3천900억원)가량이 수출되고 있다. 특히 미국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아 미국이 세계 탄자니트 시장의 70%를 수입하고 있다. 탄자니아 정부는 재정확보를 위해 지난 1999년 메러라니 지역 4개 탄자니트 광산의 채굴권을 450만달러를 받고 남아프리카 회사인 '아프젬(AFGEM)'에 넘겼다. 이들 광산에는 5천만 캐럿의 탄자니트가 매장돼 있으며 탄자니아는 앞으로 약 2억달러(2천600억원)의 로열티와 세수익을 얻게될 전망이다.

◇채굴 이권싸움=메러라니 지역에서 '아프젬'이 채굴 등 영업망을 확대해 나가자 불법 채굴업자들간 살해위협 등 암투가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로부터 채굴권 허가를 받지 않고 탄자니트를 불법 채굴하고 있는 민간 탄광업자들은 보석을 밀반출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불법탄광업자들은 아프젬이 이들 민간업자들의 불법 채굴을 문제삼자 이 회사 고위간부 암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프젬의 보석 채굴이 점차 독점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 지역 1천 700여명의 광부들은 아프젬이 채굴된 갱을 메우는 과정에서 20명의 광부가 산채로 함께 묻혔다며 채굴중지와 340만달러(한화 44억원)의 보상을 요구하는 법률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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