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큼 다가온 디지털 방송영상

2001년은 본격적인 디지털 다매체-디채널 방송시대의 원년이다. 올해 우리 방송계의 화두는 단연 '디지털'. 지상파 방송, 케이블 TV, 위성방송, 인터넷 방송 등 다매체, 다채널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고, 방송환경 또한 본격적인 디지털방송을 앞두고 더욱 복잡해지는 등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21세기 미디어의 총아, 문화산업의 첨병으로 불리는 디지털 방송과 디지털 영상의 국내 현주소를 알아본다.

위성으로 디지털방송을 송출하는 '한국디지털위성방송'과 35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참여하는 한국디지털미디어센터가 이미 출범했거나 이달 말 출범할 예정이어서 디지털 방송시대의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제 우리 방송업계는 디지털방송시장 선점을 둘러싼 연기없는 전쟁에 돌입한 셈이다. 게다가 KBS, MBC, SBS, EBS 등 디지털 지상파TV도 시험방송에 이어 오는 연내 본방송을 개시할 것으로 보여 디지털방송에 향한 업계의 사업일정이 숨가쁠 정도다. 통합방송법의 제정으로 새로운 방송법체계가 마련되면서 시작된 국내 방송환경의 판도 변화는 방송이 더 이상 공공적 영역에 머물지 않고, 시장원리에 기초한 산업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왜 디지털인가. 디지털 방송은 현재의 아날로그 방송보다 화질과 음성이 훨씬 깨끗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 받는 데이터방송과 인터넷 상거래까지 포함하고 있어 새로운 TV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기존 일방향의 단선적 서비스에서 벗어나 고품질화, 다기능화, 쌍방향의 디지털 서비스로 변모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방송장비와 콘텐츠, 고화질TV, 비디오 녹화기, 디지털TV용 브라우저 등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신제품을 놓고 업체간 수주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장비로 무장한 프로덕션과 기획사 등 군소 디지털영상업체까지 가세해 경합이 벌이고 있다.

거대 자본과 노하우로 이제까지 방송시장을 주도해온 지상파 방송국들은 방송장비를 대거 교체하는 등 디지털 방식으로의 전환에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지역 방송사들도 디지털 시대를 앞두고 장비교체 등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디지털 방송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디지털 장비교체를 위한 초기투자가 워낙 큰 것이 애로점. 하지만 매체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대세를 거스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2009년까지 아날로그방송과 디지털방송을 병행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우리보다 디지털방송 준비작업이 빠른 일본의 경우 2011년쯤 아날로그 방송이 전면 폐지되고, 디지털로 이행될 전망이어서 지상파 방송국들의 변신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한편 84개 채널을 보유한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이 오는 12월 위성방송 본방송을 개시하며, 케이블TV사업자들도 전국 네트워크 구축 등 케이블TV의 디지털화에 대비한 각종 사업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 방송국들도 초고속통신망 보급속도와 맞물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디지털 방송시대를 대비한 프로덕션, 기획사들의 움직임도 기민하다. 하지만 대구지역 업체들의 준비상황은 크게 미흡한 실정. 대구의 영상,광고기획 전문사인 비추기획 대표 하창수씨는 "디지털 영상작업은 기존 아날로그에 비해 경제성이나 기능, 편의성 등에서 큰 이점이 있다"며 "방송 외주제작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군소업체들의 방송프로그램 공급 가능성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지만 영세성을 벗지 못하고 있는 지역업계로서는 큰 기대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반면 디지털 방송 전송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어 디지털 방송시대를 앞당기는데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97년 미국식 전송방식(ATSC)을 선정했으나 유럽식 전송방식(DVB)에 대한 비교테스트를 두고 '디지털방송방식 재검토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와 의견이 엇갈리는 등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흔히 디지털 방송은 '21세기 국가의 대계'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 사회 각 분야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한 국가의 정보기술력과 문화, 경제를 흔들 정도로 그 영향력이 메가톤급이어서 저마다 디지털 방송시대로의 진입에 역량을 총결집시키고 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