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전거도 '패션시대'

자전거도 패션시대. 이젠 자전거가 단순히 이동수단에 그치지 않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품으로 자리 잡았다.

시중에 선보이고 있는 자전거, 특히 어린이용의 경우 알록달록 화려하기 그지없다. 80년대까지 차체와 체인상자는 검은색, 바퀴살은 회색을 띤 '흑백'에서 탈피, 자전거 색깔이 '컬러'화한 것이다.

요즘 여자 어린이들 사이에 가장 인기를 얻고있는 자전거는 삼천리자전거에서 생산한 'I Love 핑클' 자전거. 소비자가격이 12만원선인 이 자전거는 인기가수 '핑클'의 캐리커쳐가 그려진 분홍색 차체에다 핑클 멤버의 사진이 장식된 체인 상자가 달려 동심을 사로잡고 있다.

이밖에 보라색, 빨강색, 파란색, 노란색, 하늘색 등 가지각색의 차체에 각종 만화캐릭터가 그려진 체인 상자를 단 어린이용 자전거가 즐비하다. 자전거 바퀴의 색깔도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이같은 '어린이용 자전거 패션시대'는 90년대 접어들면서부터 열리기 시작해 요즘에는 기능성과 안전성면에서도 크게 보완된 상태다.

중.고생 등 청소년 및 성인용 자전거의 경우도 종류와 기능, 색깔이 다양하긴 마찬가지. 과거 검은색 흙받이에 너른 짐받이, 딱딱한 좌석을 한 '표준차' 일색에서 세련되고 안락한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검은색 일색이었던 '표준차'는 6.25동란 전후부터 유행해 70년대까지도 주요 교통수단으로 쓰였다. 값도 70,80년대 3만~5만원선에서 요즘에는 8만~100만원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심지어는 자전거 1대에 차값보다 더 비싼 1천만원짜리도 있을 정도로 고급화된 상태. 그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33년동안 자전거 대리점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대구시 남구 대명11동의 '레스포스포츠대구전시장(622-9011)'은 삼천리자전거 제품만도 200여종을 갖추고 있을 정도다. 이밖에 비메이커제품과 중국산을 포함하면 시중에 유통중인 자전거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예전과 달리 달리는 도중 체인이 벗겨지거나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일은 없을 정도로 품질도 크게 향상됐다. 소모품만 2년마다 갈아주는 등 적절히 관리만 한다면 40~50년은 거뜬히 탈 수 있을 정도라는 게 업계측 얘기.

메이커 제품의 경우는 안전성면에서도 완벽하다. 어린이용의 경우 아무리 실수를 하더라도 손가락이나 발이 끼이지 않도록 배려한 것은 물론 타고 내리는 과정에서도 신체가 상하지 않도록 처리한 것이 돋보인다.

하지만 중국제품의 경우는 아무래도 좀 거칠게 제작됐다. 자전거 제작기술이 우리나라 70,80년대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처럼 고급형 고가 자전거가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이후 자전거 주 수요층인 중.고생들이 25만원선의 고급품을 주로 사던 것에서 중국산 등 13~15만원짜리를 선호하는 쪽으로 구매성향을 바꾸면서 자전거판매상의 매출은 크게 떨어진 상태. 이로인해 저전거 대리점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란 게 업계의 얘기다.

외환위기 이후 전국에서 자전거 대리점이 30% 이상 줄었으며, 대구.경북에서는 올해 100개점중 30개점이 폐업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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